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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노 Aug 24. 2021

어느 여름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섰다. 밤에 정해진 길도 없이 그것도 낯선 여행지에서. 일부러 지도를 켜지 않고 무작정 걷다가 대뜸 편의점에 들어갔다. 오렌지 주스를 벌컥 마시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애 마냥 내일 예약된 비행기를 타기 싫어졌다.


딱 이 맘 때쯤이었다.

그곳에서의 여름밤이 아쉬워 새벽까지 시간을 누리고자 했던 .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 보낸 시간들스쳐 지나가기만   같아,  밤을 놓기 싫었다.


미처 몰랐다. 이토록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내가 있을 거라고는. 그곳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는 별것도 아닌 일에 얼마든 웃을 수 있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의 나는 옅어졌다 너무. 일 년 반 동안 색을 다 흘리고 난 지금, 문득 길을 걷다 멈췄다. 온전히 나만 가지고 있던, 내 머릿속에서만 떠돌던 잔상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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