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긴 줄로 정렬한 버스 정류장에 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어떤 여자분의 비명은 모두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하나둘씩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기 시작했다.
“제발 나한테 오지 말아라” 라며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지만, 벌은 내 온몸 구석구석 관심을 보였다. 속으로 여자분 못지않은 비명을 지르며 가만히 벌이 다른 곳으로 가기만을 기다렸다. 나의 무반응에 지친 벌은 뒷 줄의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다. 정렬되어 있던 줄은 이미 엉망이 됐고 사람들은 서로의 호들갑을 보며 웃었다. 늘 똑같던 퇴근길의 루틴이 조금은 달라진 순간 나는 조금 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