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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un 24. 2019

플라잉 캣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섬을 한 바퀴 돌고 방파제 그늘에 앉아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던 참이었다. 젖소냥이 한 마리가 다가와 앙칼지게 울어댔다. 먹이 좀 나눠먹자는 거였다. 섬을 돌아다니며 닭가슴살 간식을 다 풀고 딱 하나만 남은 터라 나는 그것을 던져주고 김밥을 마저 먹었다. 그런데 녀석은 그것을 물고는 담장으로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쪽 지붕에서 저쪽 지붕으로 날아올랐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새처럼 날아오른 고양이는 사뿐하게 건너편 지붕에 착지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식사를 다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녀석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먹이 선심을 더 쓰라는 거였다. 남은 간식이 떨어져 나는 저녁에 먹으려고 산 빵을 꺼내 세 조각으로 나눠 한 조각을 던져주었다. 역시 이번에도 녀석은 그것을 물고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카메라를 꺼냈다. 녀석이 날아올랐다. 찰칵, 단 한번의 기회. 운좋게 그 모습을 포착했다. 



녀석은 아직 나에게 두 조각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금세 지붕에서 내려와 또 한 조각을 물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대체 녀석은 저것을 어디로 배달하는 걸까. 간신히 담장에 올라 녀석의 행방을 추적하니 나무로 가려진 창고지붕이었다. 거기에 새끼 두마리가 있었다. 각각 올블랙과 턱시도. 두 녀석은 엄마가 물어온 먹이를 먹느라 지붕에서 아귀다툼을 벌였다. 어미냥이가 플라잉 캣이 된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아깽이들에게 빵을 전해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다음날 첫배를 타고 다시 섬을 찾았다. 편의점에서 소포장 사료 한 포대와 닭가슴살 네 봉지를 샀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어제의 장소로 향했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그곳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올블랙 아깽이 한마리가 더 있었다. 두 녀석에게 사료를 풀었지만, 어미는 먹는 시늉만 하고는 이거 말고 물고 갈 수 있는 걸 달라는듯 야옹거렸다. 그렇게 사온 닭가슴살은 차례로 지붕 위 아깽이들에게 배달되었다. 아마도 저 녀석들이 스스로 지붕을 내려올 때까지 어미냥이는 플라잉 캣 노릇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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