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롱이네 사료 후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마당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롱이에게 캔을 따주고, 사료를 두 포대 내려놓자 개 두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때 뒤란에 계시던 아롱이네 할아버지께서 한 손에 장작을 거머쥐고 나타났습니다. 저번에 한번 뵌 적이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못 알아보는 눈치였습니다. “저기 사료 좀 가져왔습니다.” 그제야 할아버지께선 슬그머니 장작을 내려놓고 다가왔습니다. “아이구 마침 사료가 똑 떨어졌는데....” 말끝을 흐리며 할아버지는 사료를 창고에 옮겨놓습니다. 아랑곳없이 아롱이는 캔을 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무뚝뚝하게 내게 말을 건넵니다. “거 요즘엔 깡통같은 거 안 나와요? 아롱이가 저게 뭔지 깡통에 든 걸 좋아하더라구요.” 두어 달 전 집에 있는 캔을 그러모아 커다란 박스 가득히 갖다 드렸는데, 다 떨어진 모양입니다. “네. 다음 주에 한번 더 갖다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우물쭈물하더니 “근데 얘가 새우 들어간 거 이런 거는 잘 안 먹더라구요.” 하더니 집안으로 걸어갑니다. 식사를 마친 아롱이도 어느 새 줄레줄레 할아버지 뒤를 따라갑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웃음이 납니다. 악당이 출현할 줄 알고 한손에 장작을 들고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은 할아버지. 게다가 알고 보니 세심하게 아롱이 식성까지 살피고 있었던 할아버지. 그나저나 할머니께선 어디 일을 다니시는지 요즘 얼굴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