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집 급식소의 최고 단골손님은 아비가 되었다. 2년 전 급식소에 처음 나타난 이후로 아비는 매일같이 이곳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요즘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이곳에 머무는데, 오후에는 어김없이 새끼들을 데려와 밥을 먹인다. 아깽이들은 이곳에서 늦은 밤까지 밥을 먹고 놀고 우다다를 하다가 자정 무렵이면 어미와 함께 어딘가로 잠을 자러 간다. 한달 전이었을 거다. 매일 보이던 아비가 사흘이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4일만에 나타난 녀석은 보자마자 내 앞에서 발라당을 했다. 그런데 배를 보니 중성화수술로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저 수술하고 왔어요." 하면서 일부러 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동네에 누군가 아비를 돌보는 사람이 또 있었던 거다. 보아하니 녀석은 잠은 그곳에서 자고 밥은 주로 우리집에 와서 먹는 것 같았다.
아비가 수술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 우리집에 새끼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새끼들의 뱃구레가 커지니 감당이 안되었을 것이다. 아비가 처음 아깽이들을 데려왔을 때, 녀석은 보란듯이 내 앞에서 새끼들을 불러 인사를 시켜주었다. 그리고 3주가 지난 지금 우리집 테라스는 이 녀석들의 놀이터이자 격투기장으로 변했다. 나는 아비와 똑 닮은 아비시니안 녀석에게는 아톰, 고등어는 아쿠, 삼색이는 아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엄마와 쏙 빼닮은 아톰이. 식성이 좋아 엄청 먹고 늘 엄마를 따라다니는 엄마 껌딱지. 가장 먼저 경계를 풀었지만, 2~3미터 이상의 안전거리를 언제나 유지하는 신중한 아깽이다.
아비네 아이들 중 가장 용감한 아쿠. 호기심도 많고 장난기도 많아서 늘 조용한 아비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한다. 한번은 내가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몰래 1미터 앞까지 다가오더니 내가 돌아보자 지레 놀라 하악거리기도. 텃밭에 풀 뽑고 나서 빨간 코팅장갑을 테라스에 올려놓았더니 두번이나 그걸 물고가 어디 숨겨놓았다.
아비네 아이들 중 가장 얼굴 보기 힘든 아롬이. 경계심도 많고 엄마도 잘 따라다니지 않는데다 약간 새침데기다. 어쩌다 한번씩 밥 먹으러 와서는 밥만 먹고 휭하니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