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을 함께 뒹굴던 단짝친구

by 이용한


15년 가까이 참 많은 고양이 사진을 찍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꼽으라면 지체 없이 나는 이 사진을 꼽는다. 눈밭을 다정하게 걸어오는 봉달이(노랑이)와 덩달이(고등어). 막연히 고양이는 눈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을 바꾸게 한 봉달이와 덩달이의 동행 사진. 이웃마을에 살던 봉달이와 덩달이는 폭설에도 아랑곳없이 설원을 함께 내달리고 뒹굴던 단짝 친구이자 환상의 콤비였다.


[꾸미기]0.1329.jpg
[꾸미기]0.1330.jpg


폭설 속에서 언제나 먼저 용감하게 눈밭으로 뛰어드는 쪽은 봉달이였다. 봉달이가 한참 눈밭을 내달리면 덩달아 덩달이가 뛰쳐나온다. 두 녀석은 서로 눈밭을 뒹굴고, 달리고, 눈밭에서 술래잡기까지 했다. 이 녀석들은 고양이가 대체로 눈을 싫어한다는 속설을 가볍게 무시했다. 누가 달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두 녀석은 헉헉 소리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달리고 뒹굴었다. 한참을 놀다 힘들면, 눈밭에 참호를 만들어놓고 둘이 딱 붙어 쉬곤 했다.


[꾸미기]0.1331-0.jpg
[꾸미기]0.1332.jpg


눈이 오면 언제나 함께 눈 구경을 하고, 달리고 뒹굴다 돌아올 때도 함께 몸을 붙이고 총총총 돌아와 함께 체온을 나누며 겨울밤을 보냈다. 덕분에 나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수많은 눈고양이 사진을 얻었다. 하지만 눈도 다 녹고 정작 날도 따뜻해진 늦은 봄날에 봉달이는 자취를 감추었다. 보름 넘게 녀석이 보이지 않아 이웃마을 캣맘에게 물어보니 동네 옻닭집에서 쥐약을 놓아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들까지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고양이별로 떠났다는 것이다. 다행히 덩달이는 무사했지만, 이듬해 여름 이 녀석도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버렸다.


[꾸미기]0.1333.jpg


여전히 한겨울 눈이 내릴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봉달이와 덩달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그 속에서 장난을 치며 내게 걸어올 것만 같은 나의 오랜 친구들! 잘 지내지? 거기도 눈이 오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어려운 시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