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후원차 산 너머 캣대디 집에 다녀왔다. 2019년 겨울 화재가 발생해 현재 캣대디는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주방시설도 따로 없어 마당에 솥을 걸어놓고 음식을 해먹는데, 이조차 거를 때가 많다고 한다. 자신조차 먹고 살기가 힘든 나날이지만, 그는 여전히 집으로 오는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작년 가을부터는 수탉도 한 마리 이곳에서 키우고 있다. 이웃에서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고아먹든지 키우든지 알아서 하라고 닭을 맡기고 갔는데, 모이를 주고 키우는 동안 정이 들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수탉이 참 걸물이다. 외롭게 마당에서 자라는 동안 이곳의 고양이들과 친해져 함께 사료를 먹기도 하고, 고양이들을 졸졸졸 따라다닌다. 더러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서면 이 녀석이 고양이 보디가드를 자처한다. 저번에 사료배달을 갔을 때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사료를 다 날라놓고 고양이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녀석이 고양이를 보호하겠다며 고양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였다.
저 고양이는 나와 만난 게 분명 더 오래되었는데, 거 참. 캔을 따주려 가까이 다가서자 홰를 치며 나를 위협했다. 하는 수 없이 캔 공양을 포기하고, 캣대디와 고양이 소식을 주고받을 때였다. 뭔가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때였다. 녀석이 캣대디와 이야기를 나누는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파바박, 부리로 쪼고, 앞발로 찍고. 엉겁결에 공격을 당한 거라 피할 새조차 없었다. 앞에 있던 캣대디가 안돼, 하면서 수탉 앞으로 나선 뒤에야 녀석은 공격을 멈추었다.
이 녀석 생각에는 나와 캣대디가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캣대디와 싸우는 것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해서 캣대디를 구하려고 용을 썼던 것일 게다. 졸지에 나는 이곳에서 수탉에게 찬밥 신세에 쫓아낼 적이 되어버렸다. 소리 내서 나는 ‘야, 니가 먹는 사료, 내가 갖다 준 거거든’ 해보았지만, 녀석에게 통할 리 없었다. 집에 돌아와 뒤를 살펴보니 허벅지 두 곳이나 쪼임을 당해 피가 흐르고 있었고, 한 곳은 할큄을 당해 길게 발톱 자국이 나 있었다. 와씨, 겁내 아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