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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Apr 05. 2021

할머니의 고양이 사랑

마당에서 길냥이를 돌보던 전원할머니와 처음 만난 것은 11년 전입니다. 우연히 길을 가다 마당에 10여 마리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사료 후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 어언 11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산 너머 마을로 이사를 할 때는 12마리 고양이의 TNR과 이주 방사를 도와드렸습니다. 이사를 한 뒤에도 할머니는 아랫마을까지 내려가 길냥이 밥을 주고 겨울이면 먹을 게 사라진 산짐승에게도 먹이를 나눠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2년전 고관절을 다치면서 할머니는 오랜동안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작년 봄에는 기력을 회복해 지팡이를 짚고 산냥이들 밥을 주러 다니기도 하셨는데, 아무래도 87세의 나이로 고양이 밥을 챙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할머니는 거동을 하지 못하십니다. 다행히 따님께서 할머니의 요양을 돕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요즘에도 고양이 사료가 떨어져가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사료를 부탁하십니다. 예전처럼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사료 후원을 갈 때마다 할머니는 "이르케 10년이 넘게 우리 고양이들 사료 챙겨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십니다. 사실 고마운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 덕분에 전원고양이 사진을 10년 넘게 찍어왔으니 말입니다. 모쪼록 올해는 역병도 물러가고 할머니도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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