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양평에서 여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고, 이제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하는 중입니다. 집사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이사를 할 때 가장 걱정은 고양이를 옮기는 일입니다. 집고양이 다섯 마리를 동시에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마당에서 밥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던 아쿠와 아톰까지 데려가려니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사를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쿠와 아톰을 어떻게 할까였습니다. 길고양이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우리집 마당에서 먹고 자며 절반은 마당고양이처럼 생활하던 고양이였습니다. 해서 녀석들을 옮기려면 우선적으로 이사할 곳에 아쿠와 아톰이 임시로 머물 공간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길고양이를 이주 방사할 때는 한 달 이상 임시공간(이거 작업하는 데만 3일 걸림)에서 적응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아예 입양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이미 집고양이가 다섯 마리나 되는데다 솔직히 그동안 마당에 살며 자유롭게 산을 타고 나무에 오르며 자연을 만끽하던 아쿠와 아톰을 집안에 가두는 것이 두 녀석을 위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각설하고, 이사는 세 번에 걸쳐 3일간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집고양이 다섯 마리를 포획해 옮기는데, 뭔가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거였습니다. 알고보니 생강이 녀석이 이동장에서 탈출해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겁니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습니다만, 녀석이 집에 도착해 순순히 이동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째날은 아쿠와 아톰을 포획하기로 했습니다. 두 녀석을 동시에 포획하지 않으면 포획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컸습니다. 아침에 포획틀을 들고 데크로 나갔더니 아쿠와 아톰은 물론 아롬이까지 나란히 앉아서 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3일에 한번씩 들르는 아롬이는 왜 하필 포획을 하려는 순간 떡하니 앉아 있는 건지. 아롬이가 보는 앞에서는 차마 포획을 할 수가 없어서 오전은 그냥 녀석들에게 간식 파티를 열어주고 끝났습니다. 오후가 되어 다시 포획을 시도하려는데, 이번에는 아쿠가 보이지 않는 거였습니다. 무슨 낌새를 챈 것일까요? 하염없이 녀석을 기다렸습니다. 녀석은 저녁이 다 돼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기다림에 비해 포획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포획틀 안에 녀석들이 좋아하는 마타타비 가루를 뿌려주었더니 녀석들 얼씨구나 하면서 들어가 정신없이 뒹구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아쿠와 아톰도 임시공간으로 무사히 옮겼습니다. 정작 사람 이사는 그 다음날 이루어졌습니다. 집고양이도, 아쿠와 아톰도 문제는 적응이었습니다. 집고양이 다섯 마리는 이사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원목 화장실 안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생강이는 이따금 나와서 선반을 오르내리고, 랭보는 가끔 밥 먹을 때만 아는 체를 하며 야옹거립니다. 반면 아쿠와 아톰은 사흘 정도 지나니 임시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밥도 잘 먹습니다.
사실 이사 전 아쿠와 아톰을 데려왔던 아비와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올까 말까 발길이 뜸해진 아비가 한밤중에 찾아왔기에 갖은 간식을 대접하며 아쿠와 아톰을 데려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안녕, 아비는 고마웠어요. 아롬이는 아쿠와 아톰을 포획하는 날 마지막 인사를 나눴는데, 뭔 일인지 사람 이사를 하는 날 또다시 찾아왔더군요.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 때문에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멀찍이 둑방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아롬이도 아비도 따로 돌보는 곳이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봄날의 이사는 끝이 났습니다만, 정작 이사를 끝내고 며칠 뒤 신경을 너무 쓴 나머지 제가 몸살이 났습니다. 이제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이렇게 그간의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