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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Oct 30. 2023

붕어빵 고양이에서 토실이로


거의 16년 전 일입니다.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에 붕어빵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골목에서 붕어빵 포장마차를 하던 아주머니에게 팥고물을 얻어먹던 고양이. 이후로 내가 정기적으로 녀석에게 사료배달을 했는데,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사를 와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는 책을 내게 되었고, 붕어빵 고양이가 사는 동네로 이사 온 어떤 분께서 그 책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6년 전인가 SNS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다셨기에 그냥 가볍게 읽어보던 차에 아, 세상에는 이런 우연도 있구나 하면서 혼자 감동했더랬습니다. 댓글을 단 그 분이 책에 나온 붕어빵 고양이를 입양해 10년째 살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입양을 간 붕어빵 고양이 이름은 토실이. 그리고 얼마 전 토실이 집사께서 몇 년 만에 다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토실이가 몇 해 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토실이와의 인연을 만들어주어 정말 고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나는 오랜만에 다시 붕어빵 고양이 사진을 들춰보았습니다. 캔을 따자 호랑이 기운으로 달려오던 고양이. 포장마차에서 팥고물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던 고양이. 조금은 엉뚱하고 엄벙덤벙이었지만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고양이. 부디 고양이별에서는 아프지 말고, 날마다 호랑이 기운으로 날아다니길. 안녕히, 그리고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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