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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없는 고양이와 할아버지

by 이용한


탕헤르 항구에서 한쪽 앞발이 없는 회색 고양이를 만났다. 이 녀석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와서는 몸을 부비고 눈을 빤히 쳐다본다. 비상용으로 넣어둔 주머니속의 크림치즈 한 조각을 녀석에게 건네니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저녁이 되어 항구에는 오렌지빛 놀이 번지는데, 웬 노인 한 분이 항구에 나타났다. 주변의 고양이들이 일제히 노인에게 달려갔다. 열댓마리 고양이에게 둘러싸인 할아버지. 대용량 우유 두 통을 가져왔다. 경비원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매일 저녁 우유 두통을 들고 노인은 이곳에 와서 고양이를 먹인단다. 고양이는 유당분해효소가 적어 우유를 주면 안된다는 상식만으로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 고양이들에겐 하루종일 기다린 음식이고, 그동안 녀석들을 지켜온 생명의 음식이나 다름없다.


그물 속에 숨겨둔 전용 그릇을 꺼내 노인은 우유를 붓는다. 발 없는 회색 고양이는 자리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뒤에서 울고만 있다. 그러자 노인은 이 녀석을 번쩍 들어 우유 그릇 앞으로 자리를 옮겨준다. 항구의 늙은 캣대디가 저 발 없는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고양이밥을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을 자세히 보니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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