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아쿠와 아톰이 창고 밖으로 나온 건 람지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녀석은 창고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 머리가 작은 자신만의 특권이라 여겼다. 그런 녀석 앞에 반가사유상 같던 아톰쿠가 야생 호랑이처럼 뛰어다니는 게 아닌가. 당황과 흥분이 뒤섞인 람지는 아톰쿠 앞에서 연신 꼬리털을 부풀려 센 척을 해보았지만, 밖으로 나온 아톰쿠는 녀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보다도 오랜만에 바깥에 나온 아톰쿠에겐 그동안 순찰하지 못한 영역과 변화가 훨씬 궁금할 따름이었다. 해서 아톰쿠는 들로 산으로 분주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고 밖의 경험이라곤 마당과 텃밭이 전부였던 람지는 멘붕 그 자체였다. 아톰과 아쿠가 각자 따로 뛰어다니니 누굴 따라가야 할지도 몰랐다. 녀석은 우선 아톰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집 앞 논까지는 그런대로 따라다녔고, 논자락을 건너 숲까지도 겨우겨우 아톰을 뒤따랐다. 문제는 내가 숲으로 들어간 아톰과 람지를 놓치고 만 것이다. 람지에겐 첫 모험인데, 괜찮을까? 슬슬 걱정이 되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 평소의 루틴대로 아톰은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곳으로 갔던 아쿠도 돌아왔다. 그런데 람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였다. 어디선가 아톰을 놓친 모양이었다.
우선 나는 아톰과 아쿠를 창고 안으로 넣어놓고 람지를 찾아다녔다. 람지 이름을 부르며 한 시간 넘게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혹시 아톰이 녀석을 데리고 가 버리고 온 건가? 람지의 괴롭힘을 이렇게 복수하는 건가? 저녁이 다 되도록 람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도 걱정이 되었는지 저녁에 마당급식소를 찾아온 두식이(턱시도)에게 "두식아! 우리집에 요만한 꼬맹이 있지. 람지 만나면 집에서 찾는다고 알려줘, 알았지? 니가 데려오면 더 좋고." 이렇게 부탁을 하는 거였다. 두식이에게 부탁한 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을까? 잠시 후 뒤란으로 나갔더니 논에서 람지로 보이는 삼색이가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어두워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람지가 맞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갔다. 헌데 이 녀석 나를 보더니 후다닥 도망을 치는 거였다. 집 앞이 아니어서 나를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 혼자 잘난 체는 다하더니 완전 헛똑똑이였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창고 앞에 앉아서 아톰에게 람지 좀 불러봐, 이러고 있는데, 마당 저쪽에서 호다다다닥 람지가 뛰어오더니 내 무릎 아래서 발라당을 하는 거였다. 창고 앞에 있는 나는 녀석이 알아본 거였다. 그러고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밥을 먹었다. 정말 요란하고 황당한 아톰쿠 창고 개방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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