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지가 창고에 무단침입해 아쿠톰과 강제동거를 한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돌이켜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던 6개월이다. 처음 달포간은 낯선 침입냥으로 인한 아쿠톰의 수난기였고, 이후 두어 달은 적응기를 거쳐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였으며, 10월 말엔 람지의 중성화수술, 11월 초엔 중성화수술을 받고 온 람지가 '칼리시'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아쿠톰까지 전염되었으며, 차례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처방약을 복용하며 꼬박 한달 정도를 고생했다. 람지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나 아쿠톰은 아직도 정상 컨디션의 70~80% 수준이다. 그럼에도 어제 첫눈이 내리자 아쿠톰은 어서 창고문을 개방하라며 문앞에서 냐앙냐앙 시위를 벌였다. 창고문을 개방하자 아쿠톰은 '눈고양이'답게 눈밭을 내달렸고, 안정가료 한달 만에 바깥 공기를 만끽하였다. 문제는 람지였다. 창고문을 개방하자 람지는 가장 늦게 창고 밖으로 나오긴 했으나, 밖에 쌓인 묘생 첫눈을 딛어보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 서둘러 창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래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람지 녀석, 다시 창고 밖으로 나와 한발한발 첫눈을 밟아보는데, 그야말로 어리둥절, 잔뜩 쫄아서 멘붕 상태였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는 거의 30여분간 계속되었다.
하지만 능숙하게 텃밭과 마당을 오가는 아쿠톰을 보고는 이 녀석도 용기를 내기 시작, 덩달아 아쿠톰을 따라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따라다니며 녀석은 눈밭에 적응했고, 한시간쯤 지나서는 오히려 아쿠톰보다 더 열심히 뛰고 날아다녔다. 옆에서 보기에는 신이 났다기보다는 약간 흥분한 상태,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제멋대로 뛰어다니다 녀석은 아쿠와 아톰을 놓쳤고, 주변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거리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화이트아웃 상태가 되었던 것같다. 창고를 개방한지 두시간 반만에 아쿠톰은 창고로 되돌아온 반면 람지는 4시간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내가 녀석을 찾아나섰는데, 녀석은 기껏 집에서 50~60미터 떨어진 농막 아래 구멍에 들어가 얼굴만 내민채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녀석의 이름을 불러도 이 천재고양이 녀석,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는 거였다. 결국 나는 비장의 무기, 딸랑이를 장착한 고양이 낚싯대로 녀석을 유인했다. 워낙에 낚시놀이에 환장하는 녀석이라 역시 녀석은 낚싯대 딸랑이 소리에 반응, 조금씩 녀석을 유인해 집 근처까지 왔다. 그제야 녀석은 아, 여기 하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창고 쪽으로 달려가는 거였다. 아 진짜 이 녀석 집안 똑똑이, 방구석 여포가 따로 없다. 거의 다섯 시간만에 아쿠톰을 상봉한 람지 녀석, 무슨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되는듯 번갈아 아쿠톰에게 볼을 비비고 참 그런 난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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