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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한 Jul 27. 2016

하수구 길고양이를 5개월간 찍었다

오래전 하수구 속의 길고양이(꼬미네 가족) 사진을 찍는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를 5개월 정도 진행한 적이 있다. 

책이나 블로그 등에 이에 대한 내용과 사진이 단편적으로 실리긴 했는데, 

그 뒷이야기가 애매하게 마무리된 측면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은 꼬미네 가족이 은신처로 삼았던 

하수구가 있는 하천에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만드는 개발.

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이곳의 하천은 옛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한달 여의 공사로 인해 고양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났고, 

이 중 '대모' 고양이는 얼마 뒤, 이웃에서 놓은 쥐약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는 아직도 이 하수구 식구의 대모 고양이와 손녀 꼬미가

은신처인 하수구 입구에서 찍은 어느 봄날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시멘트 틈 사이로 노란 꽃다지가 피어 있고, 

하수구에 나란히 꼬미와 대모가 앉아 있던 그림같은 풍경!

5개월여 동안 진행한 작업을 통해 바라본 하수구 속 길고양이의 모습은 

아름다워서 슬펐고,

낭만적이서 더 가슴이 아팠다.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천대받는 족속으로 사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고, 

때때로 평화롭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꼬미네 식구들로서는 마지막 은신처인 셈이었다. 

여기서는 더 밀려날 곳이 없었다. 

하지만 하천정비사업으로 이곳에서조차 녀석들은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미치도록 날씨가 좋은 어느 봄날에 고양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떠났다.

다시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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