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하수구 속의 길고양이(꼬미네 가족) 사진을 찍는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를 5개월 정도 진행한 적이 있다.
책이나 블로그 등에 이에 대한 내용과 사진이 단편적으로 실리긴 했는데,
그 뒷이야기가 애매하게 마무리된 측면이 있다.
이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은 꼬미네 가족이 은신처로 삼았던
하수구가 있는 하천에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만드는 개발.
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이곳의 하천은 옛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한달 여의 공사로 인해 고양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났고,
이 중 '대모' 고양이는 얼마 뒤, 이웃에서 놓은 쥐약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는 아직도 이 하수구 식구의 대모 고양이와 손녀 꼬미가
은신처인 하수구 입구에서 찍은 어느 봄날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시멘트 틈 사이로 노란 꽃다지가 피어 있고,
하수구에 나란히 꼬미와 대모가 앉아 있던 그림같은 풍경!
5개월여 동안 진행한 작업을 통해 바라본 하수구 속 길고양이의 모습은
아름다워서 슬펐고,
낭만적이서 더 가슴이 아팠다.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천대받는 족속으로 사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고,
때때로 평화롭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꼬미네 식구들로서는 마지막 은신처인 셈이었다.
여기서는 더 밀려날 곳이 없었다.
하지만 하천정비사업으로 이곳에서조차 녀석들은 결국 밀려나고 말았다.
미치도록 날씨가 좋은 어느 봄날에 고양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떠났다.
다시는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