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한 Aug 29. 2016

날씨가 더워서 호반새도 지쳤다

지난 주 날씨가 한창 무더울 때 일이다. 오후에 무심코 창밖을 보니 어, 처음 보는 새가 테라스에 앉아 있는 거였다. 물총새처럼 생겨서 내가 물총새인가, 했더니 옆에 있던 일곱살 아들이 이거 호반새야, 호반새 그런다. 대수롭잖게 들어넘기고 이 녀석 사진이나 찍어볼까 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는데, 요 녀석 봐라, 날아가지도 않고 나와 눈을 맞춘다. 어디 다친건가? 궁금한 아들 녀석이 옆에 앉아 살펴보는데도 새는 날아갈 생각이 없다.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녀석은 테라스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혹시 목이 말라 그런가, 해서 내가 물을 뜨러 일어서는데, 이 녀석 잘 쉬었다 갑니다, 하면서 포르르 날개를 털며 날아가는 게 아닌가. 고 녀석 참. 방으로 들어와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그건 호반새가 맞았다. 오, 아들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아들은 무슨 백과사전에서 봤다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호반새는 국내에 드물게 찾아오는 여름철새라고 한다. 물총새과가 맞긴 하다.



작가의 이전글 짝짝이 양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