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빨간 우산을 찾고 있었는데
혹시 사진 찍어도 될까요?
카메라 두 대를 어깨에 메고 나를 향해 걸어오던 분이 말씀하셨다. 어깨에 걸친 우산을 본인이 아닌, 카메라를 향해 기울이시는 모습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말이다. '빨간색'. 강렬하면서도 눈에 쉽게 띄는 색이다. 그런 빨간색이 좋았다. 독특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나만의 컬러 같은 색. 그래서 빨간 우산이 좋았다. 비가 오는 날 우중충한 하늘로 나를 가려버리던 것에서, 나를 눈에 띄게 해주는 '빨간 우산'이었다.
망설임 없이 빨간 우산을 들고나갔다. 다음 수업까지 빈 시간에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학교 안 연못가를 지나던 중 한 남성분이 다가왔다. 그리고 빨간 우산을 찾고 있는데 연못 아래서 우산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타인의 협조가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연못가의 돌에 서서 빨간 우산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오른팔을 내밀어 비를 맞는 듯한 자세를 원하셨다. 자리도 이리저리 바꾸어보고 몸을 돌려보기도 하고 우산의 각도도 조절했다. 빨간 우산, 나의 손, 연잎. 비 오는 날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듯했다.
사진작가분께서는 나의 협조에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요즘에는 이러한 부탁을 들어주는 분들이 잘 없다면서 말이다. 나의 팔이 잠시 비에 젖었지만, 부동의 자세로 서 있어서 아주 조금 힘들었지만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