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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스 May 30. 2023

똑똑한 여자들이 연애에는 서툰 이유

방어기제 2 : 분리와 통제

제목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목 선정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똑똑한 여자(남자보다 여자에게 보이는 경향성이 더 높음)들이 가진 강점이 곧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현상을 소개하고 싶었다.

하트시그널2, 오영주님

‘연애'는 불확실함과 애매함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연애에 고수가 있다면 연애가 가진 불안정하고 모호한 특성에 의연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일과 달리 연애는 한 사람의 성실함만으로 발전해 가기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는 노래 가사도 있을까. 그만큼 힘을 많이 줄수록 부단히 노력할수록 어려운 일이 연애다.


똑똑한 사람들은 의사결정에서 주로 효율성을 추구한다. 또한 자기 통제력이 높다. 그래서인지 똑똑한 여자들 중에 '분리'와 '통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연애'에서 이 방어기제들은 방해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똑똑한 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만한 연애 고민들을 통해 내 안에 '분리'와 '통제' 방어기제를 발견해 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애매함을 못견디는 A양


A양은 무엇이든 확실한 게 좋다. 

연애를 할 때 나를 헷갈리게 하지 않는 '신뢰'를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다.


그러던 중 꽤나 매력적인 B군과 연애를 시작했다. B군은 전문직으로 직업도 좋고 외모도 훌륭했다. 단, 그는 바빴고 일할 때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A양은 그의 사정을 이해했지만 매력적인 남자친구가 연락이 잘 되지 않으니 종종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A양은 B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불안, 미움, 질투 등)이 커질 때면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보단 '우리 관계에 대해 신뢰를 못 느낀다'라고 돌려 말했다. 그리고 가끔은 B군의 모호함과 모순적인 행동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따지기도 했다. 그 말들이 모두 맞는 말이었어도, B군은 A양이 점점 불편했고 관계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A양은 식어가는 B군의 모습을 보며 그를 '연락은 마음 크기에 비례한다는데(흑백논리) 저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혹은 '더 만나서 뭐 해, 우린 안 맞아. 연락 잘 되는 남자 만날래'라며 비난하며 자신의 불안(진심)을 숨긴 채 연애를 종결시킨다.


애매모호함을 흑백논리로 종결시키는 사람들
#분리 #흑백논리
나는솔로9기, 옥순님

'분리'라는 방어기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가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양가감정'은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확신하지 못해 결정을 못 내리는 상태를 말하며, 우리의 욕구가 여러 방향으로 갈린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가감정으로 인해 불편한 기분이 들면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서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싶어 진다. 심지어 어떻게든 자신이 느끼는 불안함과 불확실한 상황을 끝내려고 아무렇게나 결정을 내려버릴 때도 있다. 연애에선, 처음에 새로운 연인을 완벽한 사람으로 믿었다가 곧 쓸모없다며 내쳐버린다. 복잡한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연인을 끊어냄으로써 양가감정을 해결한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버튼(Robert Burton)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매모호함이나 혼란을 견디지 못해서 실제로는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일을 자기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양가감정의 불편함을 못 견디는 사람들은 '흑백논리'에 자주 기댄다. 회색지대에서 불확실성과 양가감정으로 힘들어하기보다는 복잡한 상황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축소해 버리는 것이다.


흑백논리는 '분리'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반영한다. 

복잡성으로 인한 긴장과 혼란을 견디기 힘들 때, 우리는 복잡한 상황을 그 자체로 수용하기보단 단순하게 양분(좋은 남자 vs 나쁜 남자)한 다음 그중 하나에 동조하고 다른 하나를 '부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연애로 치면 헤어짐을 고한다). 그 결과, 문제를 확실히 해결했다는 믿음과 함께 편안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때 생길 수밖에 없는 좌절감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사랑이 식는 경향이 있다. 즉, 깊은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분리' 방어기제는 복잡한 상황 혹은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다채로움과 활력을 빼앗아버린다. 연애를 하게 되면 애매한 감정과 양가감정을 둘 다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분노, 가끔은 증오까지 참아내고 그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친밀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분리' 방어기제 해체하기

자신의 방어기제와 그 작동원리를 이해하려고 할 때, 해당 방어기제가 해결하려고 하는 '고통'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양가감정을 견딘다는 건 어떤 감정(고통)이든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방법을 배우고 모든 감정이 '일시적'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뜻이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커져간다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그 감정이 상대에 의한 것인지 나의 불안(가장 대표적 감정)에 의한 것인지 구분을 해보자. 그리고 나의 불안의 기원을 추적하다 보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연애보단 결혼을 추구하는 C양


C양은 5년의 연애를 마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친구들은 걱정했지만 C양은 의기양양했다. 어차피 남자는 다 똑같다며, 적당한 시기에 결혼하고픈 남자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쿨해보이는 C양에겐 전 남자친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전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관계가 깨지게 되었고 C양은 연애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아무리 오래 연애를 해도 상대방을 다 알 수 없고,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질 수 있다는 무력한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후 C양은 연애보단 '결혼'이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초고속으로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성격차이로 초고속으로 이혼도 했다.


무력함을 부정하는 사람들
#통제

우리는 예측 불가한 세상을 정복하고픈,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우리 힘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고픈 갈망이 있다. 무력감은 고통스럽고 느낌이다. 그런 무력감을 줄이기 위해 상황을 통제하려 애쓰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질서, 전통, 관례는 건전한 방어기제다).


'통제' 방어기제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실존적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지만, 이 방어기제도 정도가 심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부정하고 풍요로운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부부의 세계, 지선우
'통제' 방어기제를 만든 내면아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 그 사람은 나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고 나의 감정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애인에게는 우리를 상처 입힐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이 생긴다. 그리고 동시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신뢰했던 관계에서 크게 배신감을 느꼈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품고 있다면, 자신을 상처 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방어기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방향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결혼과 같은 서약(계약)을 맺거나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들을 차단한다. 빠르게 결혼을 결정하거나 비혼을 선언하는 두 경우 모두를 포함한다.


결혼에는 상대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통제감을 얻는다는 속성이 깔려있다. 배우자를 의지하고 믿고픈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확실성을 바라는 욕망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강압적이거나 소유욕 강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즉,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으로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통제하려 들기도 한다.


'통제' 방어기제 해체하기

평소 역할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해보면 통제를 해야만 해소되었던 불안함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자신이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거기서 벗어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탐구해 보자.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매일 아침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면 다른 음식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일을 피하고 미지의 것과 마주해 보자. 그리고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보고, 그다음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혀 자기답지 않은 일을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세워 놓은 통제의 틀에서 자기 자신부터 벗어나보면 통제가 가진 무력함을 깨닫게 되고 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작동 중인 방어기제를 인지한다고 해서 저절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행동을 바꾸겠다고 결단해야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방어기제가 문신처럼 몸에 배어있어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나에게 소중한 가치들이 나의 작은 변화들로 내 곁에서 더 오래 빛날 수 있다면 이 정도 노력을 분명해볼 만한 일이다.


이 글이 하나의 지식을 더하기보단 일상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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