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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4. 2015

사랑하라, 희망없이

어느 한 사람이 특별해지기 시작하고 
마음 속에 하나의 
따스한 섬이 떠올랐습니다 
섬 주위엔 알 수 없는 희망같은 것들이 
출렁거립니다 

가고싶고 보고싶고 닿고싶고 
만지고싶고 느끼고싶은 
세상에 오직 한 사람 
그 사람 밖엔 모두가 
흐린 그림자로 들러리 서 있을 뿐입니다 
갑자기 생겨난 생각의 입덧처럼 
뱅뱅 그대 만이 떠돕니다 

세상의 색깔을 잃어버렸습니다 
세상의 부피도 넓이도 냄새도 
잃어버렸습니다 
감관의 모든 저울은 
그대라는 눈금입니다 
생각의 모든 미립자들은 그대의 
얼굴입니다 

오늘도 자정을 넘깁니다 
그대에게로 넋나가 오직 하나의 욕망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대와 나를 지탱해주는 
거리,그대가 바라보이는 곳의 나 
내가 바라보이는 곳의 그대 
팽팽한 등거리에서 
그리움을 인연줄을 당깁니다 

내 마음에 풀어놓은 그대의 그림자 
나의 잠을 어지럽히는 그대의 꿈 
나의 시선을 묶는 그대의 감당못할 장력 
그대는 아주 정확한 순서로 
나를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황홀한 저돌 앞에서 
나는 기꺼이 질식당합니다 
퍼득이는 날갯짓도 없이 
사랑하는 사마귀처럼 내 머리를 내밀고 
그대가 먹어치우기를 기다립니다 
죽음조차도 그대의 즐거움에 귀속되는 사랑 
고통의 즐거움에 어깨를 떱니다


/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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