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희망없이
아픈 사랑이란
이루지 못한 사랑과 동의어인 줄 알았습니다.
제대로 된 사랑이라면
해피비기닝 해피엔딩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의 대부분이
아픔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기쁘고 행복할수록 더
아플 수도 있다는 걸
요즘에야 생각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리고
이것이 무엇인가 정신을 차려 살피려 하면
말을 막는 먹먹한 아픔부터 밀려오는
이해 못할 황홀함,
깊이 들여다보는 자기 연민과
한 우주를 껴안은 듯 터질 것 같은 포만감,
유혹의 꽃빛 사이 사이에 낀
거절과 무심의 가시덩이를
막무가내로 포옹하는 일이
사랑임을 생각합니다.
하여, 이 모든 걸 감내하고
아파하고 홀로 앓는 일임을 알겠습니다.
그런 일들이 실은
한 존재의 기력을 총동원시키는
비장하고 위태로운 일인 걸 알겠습니다.
아프지 않은,
처음부터 문제없고 뒤틀림 없는
그런 사랑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이제서야 잠깐 알겠습니다.
/빈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