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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som Lee Oct 13. 2015

치마詩

이빈섬詩


너의 치마폭위에 시를 쓴다 너울대는 너의 춤 사뿐대는 너의 깁버선 어깨를 타고내려오는 바람과 앙가슴 돋아나는 불길을 연지(硯池) 삼아붓끝을 나부낀다 너의 외로움을 흥으로 돋워 너의 입술을 침묵으로 타오르게 하고 너의 허리를 스무 해 그리움으로 감아들어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풍경은 비웠으나 눈이 비우지 못하는 여운으로 결구(結句)지었으니 먹끝 흐르는 치마를 잡고 네가 우는구나 


너의 치마폭 위에 시를 쓴다 짧디 짧은 너의치마, 미니를 넘어 하의실종 패션에 이르러 마치 스티커 메모용지처럼 작은 거기에 다급하고 내용없는 사랑을쓴다 그리워할 자리마저 잃은, 예열의 달콤함과 괴로움, 은유의간곡함과 애절함, 반어(反語)의 쓰라림과 서운함도 없이 쪽방같이 숨막히는 시의 자리에 반뼘 요를깔고 마음이 눕는다 지하철 너의 다리 위에 얹힌 그 비좁은 치마폭 위에 문자메시지를 쓴다 그래도 빛은 아름답다 남는 마음이 백지장같은 맨살 위에 헤나로 그린나비가 되어 천년의 시천(詩天)을 나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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