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빈섬詩
가을은 서럽다, 너도 늙어보아라
천년 동안 돌부처가 쉬지 않고 한 일
귀걸이 하나 더 걸치는 일 없었나니
오직 조금씩 제 몸 떼어주며
허공으로 허공으로 느린 증발
그리고 어느 오후
가만히 자기를 짚어보는 것
무엇무엇이 아직 남았나
잃은 것과 잃을 것 사이에,
달리 부처이겠느냐 아깝고 억울한 사이사이
웃는 표정 지어준 것, 괜찮다 괜찮다
아직은 괜찮다, 온몸이 눈이 되어
돌아다니는 통증
허허 굽어보는 것
어쩌면 이것은 우주와 나의 문제이다
나와 우주의 경계, 나이던 것을 우주의 자리로
넘겨주면서 나를 덜어 모든 것을 더하는
육보시(肉布施), 사랑의 뒷면은 대개 서럽다
이것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