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가요

사랑하라, 희망없이

by Binsom Lee

만나던 날보다 당신은 이렇게 헤어진 날에 더 감미로운 생각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 거리엔 촘촘한 그리움이 들어차고 당신이란 중심에서 멀어질 수록 더욱 당신에게로 향하는 나의 기울기

가장 많이 기울어진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당신의 체온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여위어 갑니다

이제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키지 마세요 초록별 하나에 이토록 상심한 두 마음이 있을 거라고 어떤 별들도 짐작하지 못할 겁니다 껴안아도 껴안아도 남는 허공의 품을 별빛들이 내려와 채워줍니다

이날의 별빛이 아니라면 이날의 허공이 아니라면 우린 사랑이 뭔지도 몰랐을 겁니다 이렇게 둥글게 넓게 퍼져가는 따뜻한 파문들이 아니라면 우리라는 기억의 집은 그저 첫페이지에서 덮어버린 소설처럼 이야기가 멈춰있을 겁니다

떠나오면서도 보내면서도 헤어진단 생각한 적 없답니다 묵직하게 따라오는 기억과 아쉬움을 아주 곱게 데려가리라 아니 이제야 말로 내 몸 안에 키우는 사랑으로 깊이 출렁이며 살아가리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Roses with Blue Curtain, 1912.jpeg



외로운가요
실은 나도 그래요
이 외로운 생각들의 한 복판
어쩌면 우리가 남겨두고온
신성한 제단같은 거기
이별의 첫 자리같은 별빛 내리는 거기
늘 생각합니다
그 중심에서 퍼져나온 물이랑을
당신과 나,
생을 내밀어 받으며
깊이 이 떨림 껴안는 것
이제야 지긋이 아파오는
한 사람입니다




/ 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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