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이 되어도 여전히 머물지 않는 바람의 영혼처럼 살기를 꿈꾼다. 일상의 소소한 도전들은 내가 꿈꾸는 삶의 한 조각들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도전해서 될까.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나보다 젊은 청춘들의 창의력이나 순발력을 무슨 재주로 쫓아간담.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들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토닥토닥해주곤 했다. “매번 잘 해왔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어. 자자 일단 시작해 봐. 어떻게든 하게 돼 있어.” 그렇게 마음먹고 시작하면 처음에 방향도 잡지 못하고 막막했던 것도 어느 순간 난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곤 했다. 그것은 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마다 일상 루틴처럼 습관적으로 해왔던 방식이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나는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처음엔 사진을 취미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게 2012년이다. 2013년부터 한국관광공사와 인연이 되어 트래블로거로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에서 여행 블로그로 바뀌었다. 여행만을 고집하는 블로그 운영이 올해로 9년째다. 블로그에 여행기가 차곡차곡 쌓이며 여행이 일이 되기 시작했다. 관광공사나 각 지자체 기자단 등으로 활동하게 되면 서다. 방송국 PD가 블로그를 보고 연락해 와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내 목소리로 직접 여행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여행 전문 잡지 관광공사 지자체 등에 여행기를 기고하기도 한다.
뭐든 새롭게 시작하면 푹 빠져 빠르게 적응하지만 쉽게 흥미를 잃고 오래 하지 못하는 건 내 단점이다. 외국어에 흥미가 있어 일본어나 중국어 공부할 때도 그랬고 직장도 그랬다. 길어야 3년이다. 그런 내 성격상 몇 번의 권태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여행 블로그를 9년씩이나 이어갈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면 그건 나무에서 가지가 이리저리 뻗어 나가듯 조금씩 새로운 게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대의 흐름은 블로그 포스팅 형태도 바꾸어 놓았다. 이제 단순히 사진과 글로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동영상이 급부상하며 유튜브나 TV 같은 채널을 운영하거나 블로그 글에도 영상 첨부가 필수처럼 되어 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SNS 활동까지 해야 하는 구조로 흐르다 보니 갈수록 할 일이 많아졌다. 끝없이 새로운 도전 앞에 서야 했다.
어느 날 여행을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표현해보고 싶어 졌다. 그 무렵 모 지자체에서 미디어크리에이터를 모집했다. 영상 교육도 해 준다고 하니 호기심에 큰 기대 없이 지원했다. 합격했다며 발대식에 참석하라는 날짜에 맞추어 가봤더니 대부분이 내 자식 또래의 대학생이나 젊은 친구들이 아닌가. 게다가 영상 관련 전공자나 관련 일을 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나이도 그렇고 영상 왕초보는 나밖에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거웠다.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가 그래도 뽑아줬는데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한 달에 한 번 미팅이 있었다. 자신이 제출한 영상을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보며 피드백도 받는 자리다. 그 시간은 내게 있어 영상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현장 실습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영상 소개 때는 내 영상을 소개하지 못하게 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가미되고 편집법이 담긴 청춘들의 영상은 내 영상과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참담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제출했으며 집에서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음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미팅에 참석했다. 그 결과 1년 후 나는 우수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고 다음 해에는 따로 지원하지 않아도 1년 더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다. 올해로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경험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미디어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됐다.
이렇게 국내 여행 위주로 활동했고 해외여행 다녀온 지가 10년도 넘은 것 같다. 남편은 정치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가 틀어질 때마다 주 거래처였던 일본과의 사업에 타격을 받았다. 아직은 한참 일을 더 해야 하지만 몇 년 전 결국 사업을 접었다. 50대에 새로운 일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몇 년째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둘 다 여행을 좋아했지만 결혼하고 가정의 경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숨 가쁘게 달려온 남편은 오랜 시간 여행은 잊고 살아왔다. 걱정한다고 당장 어떻게 될 일도 아니다. 나는 이참에 그 흔한 베트남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패키지여행은 내키지 않았고 해외여행 다녀온 지도 까마득한데 자유여행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가는 휴양도시가 아니었다. 베트남 북부 고산족들이 사는 사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행기 호텔 일정 이동수단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준비를 둘이서 알아보고 해야 했다. 그래 해보자 이것도 여행의 과정이라 여기며 준비했다. 그렇게 우리는 큰 비용 들이지 않고 4박 6일의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3달 후 이번엔 일본을 다녀왔다. 베트남도 다녀왔는데 언어가 통하는 일본 자유여행이야 뭐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뿐 베트남 여행 때처럼 걱정은 없었다. 우리는 북규슈 JR레일패스 여행을 하기로 했다. 5박 6일에 걸쳐 다양한 열차와 노선으로 30번 정도 타고 다니며 현지인처럼 보냈다. 일본 북규슈 JR레일패스 여행은 대만족이었고 다음엔 일본 전국 JR레일패스 여행을 해보자며 행복해했다. 이런 자유여행을 우리는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어 졌고 그렇게 세계 각국을 다녀보고 싶은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나도 여행책 내고 싶은데 가능할까. 예전엔 어림없다 에서 이제는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접고 올해 초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아직 서재에 글을 많이 채우지도 못했고 책을 내기 위한 얼개도 짜지 못한 상태이지만 시작은 했다. 그랬더니 이런 도전을 해볼 기회도 생겼다. 이렇게 조금씩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 성취감을 맛볼 날이 오리라.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내 발이 꼼짝없이 묶였다. 한 달 정도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맛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금 힘들다고 여기는 이 시간을 내게 자양분이 될 기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뒷산 산책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집에서 동영상 보며 운동 따라 하기로 체력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스로 정한 일 운동 독서 가사 등 습관처럼 반복되는 몇 가지 일상 루틴을 만들었다. 이런 일상 루틴은 장기간 집콕 생활로 인한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견뎌낼 힘이 되어주었다. 큰 목표가 아닌 일상에서 내가 바라고 꿈꾸는 것들로 성취감을 맛보며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일들. 이러한 삶의 도전에는 나이의 장벽이 따로 없다. 나는 이웃의 내 또래 엄마들이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도 갱년기 증상을 느낄 틈도 없이 바쁘게 보냈다. 나는 오늘도 꿈꾸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산다. 그 조각들이 모여 언젠가 멋진 여행서를 내고 강연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 수익으로 지구 한 바퀴 돌아보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