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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Feb 17. 2023

조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범인은 5천8백을 빼갔다.

우리는 매일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내 손안에 핸드폰 하나만 들려 있으면 뉴스도 보고 글도 읽고 쓰고 소통은 물론 은행업무 사진 담기 포토샵 등 어지간한 일은 다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그러다 보니 수없이 떠돌아다니는 정보에도 무디어진다.


 얼마 전 친정 가족모임 채팅방에 큰 조카가 올린 보이스피싱에 관한 영상도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그 영상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조카가 그 영상에 올라온 내용과 같은 수법에 걸려 피해를 당했다.

범인들이 제2금융권까지 대출로 빼내간 돈이 5천8백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조카는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한 지 1년밖에 안된 사회 초년생이다. 조카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이스피싱 이렇게 당한다

그때서야 그 영상을 찾아보았다.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으로 40대 젊은 의사가 41억을 당한 내용이다. 카톡으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검찰 직인까지 떡하니 찍힌 구속영장과 담당 검사 공무원증을 발송했단다. 당연히 범인들이 보낸 거다. 의사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찰나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협조만 잘하면 구속 수사는 하지 않을 테니 지금 가지고 있는 계좌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그 순간 의사는 의심이 들어  이것저것 물어보니 범인인 가짜 검사가 호통을 치며 의심되면 검찰과 은행에 직접 전화해 확인해 보라고 했단다. 의사는 은행에 전화를 걸었고 은행은 계좌 도용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고 한다. 앞서 수사에 협조 하라며 스마트진술서 포맷을 하나 보내 그 양식을 하나 깔았는데 그게 "악성앱"이었다. 그 순간부터 의사의 휴대폰은 범인에게 넘어간 거다. 피싱범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전화 수신 발신까지 할 수 있는  '강수강발'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카드 승인 내역이 열람가능하고 카톡에서 보낸 인증 번호도 다 뜬다고 한다. 본인 인증도 범인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GPS를 통해 위치 정보 검색으로 핸드폰 본인의 현재 위치 추적도 가능하단다. 자판 입력 시 비밀번호도 다 노출된다. 전화 가로채기로 은행이나 검찰에 전화 걸면 중간에 악성앱이 개입해 범인들과 연결이 된다고 한다. 범인들은 통화목록 연락처 문자 등 모든 걸 체크하고 있는 거다.


조카도 대포 통장이라며 금감원에 확인하라는 연락을 받고 금감원에 확인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순간에 해킹을 당한 거고 금감원으로 건 전화를 범인들이 가로채서 당장 갚아야 할 대출이 있다고 한 거다. 조카가 은행에 확인하러 갔더니 보이스피싱 당한 것 같다며 은행에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미 현금 인출이 되어 찾기 힘들다고 했단다.    


판단력이나 지식 상식이 부족해서 당하는 게 아니다. 당하는 사람은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순식간에 그렇게 당한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려면

'강수강발' 피해 예방법은 문자나 카톡으로 오는 링크는 절대 누르지 말 것. 요즘 교통범칙금 문자, 물건 결재 했다는 문자, 택배 주소 불명확 하다며 링크 눌러 확인하라는 연락이 엄청나게 뿌려지고 있다. 또한 문자로 확인해 보라 하면 절대로 본인 전화가 아닌 회사폰이나 다른 사람 폰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저기 택배로 물건 주문 하고 뭘 주문했는지 자주 깜박하는 나 같은 사람은 순간 링크 눌러 확인하기 십상이다. 그 순간 내 폰이 범인들의 폰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너무 많은 걸 담고 있는 핸드폰의 무게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회생으로 사고 수습

이런 일이 터지고 나니 그동안 내가 모르고 살았던  세상 일이 참으로 많구나 싶었다. 나는 지금껏 그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꼼짝없이 내가 다 해결해야 하는 줄 알았다. '소송을 해야 한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 돈을 뺄 수 있는 한 다 빼고 1년 정도 버티다가 파산 신청을 해라' 등 주변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은행도 분명 잘못은 있다. 요즘 통장 하나 새로 개설하려면 이만저만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포 통장은 그렇게 쉽게 만들 게 하고 순식간에 그 많은 돈을 빼가는데도 의심 한 번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누구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카에게는 그 돈이 얼마나 크고 피 같은 돈인데.


조카는 순하고 착한 성격의 소유자다. 직장 일만으로도 힘겨운데 소송이나 파산신청으로 해결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조카는 현재 법무사 사무실에 의뢰해 개인회생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당황하고 있던 조카에게 수습할 수 있게 현실적인 도움을 준 건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다. 그들의 소개로 일 처리 잘해주는 법무사 사무실 소개를 받았다. 그곳에서의 해결 방법은 개인회생 신청이었다. 개인회생 신청을 하면 현재의 월급에서 한 달 최저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매달 3년간 갚아 나가야 한다. 세금 공제 후 받는 월급의 절반이다. 신용 점수는 바닥이 되었고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도 할 수 없다. 빠듯한 생활비로 팍팍하게 살아야 한다.


당장 빛 독촉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앞으로 월급이 더 올라도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이 현재의 월급 기준이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본인이 사용한 카드 대금, 다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도 전체 빛으로 넣었기 때문에 사기당한 금액 중 2천8백 정도는 감액을 받은 것 같다. 그런 길이라도 있어 다행이고 무엇보다 파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든 본인이 갚아나가겠다고 건전한 생각을 가진 조카가 고마울 뿐이다. 말이 그렇지 죽어라 힘들 게 일해 3년 동안 사기당한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하는 게 쉬운 일인가 말이다. 마음을 다치면 사고로 뼈가 부러져 고통을 느끼는 거랑 같다고 하는데 스스로 잘 극복해 주길 바란다.

지금의 이 고통과 슬픔이 훗날 위로와 행복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슬픔의 끝에는 슬픔의 크기와 비례하는 위로가 있다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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