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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여정

4인 3색 큐슈여행 계획

4박 5일 해외 가족여행

by 바람의 영혼

저마다 색깔이 다르다. 가족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여행을 준비한다. 그나마 남편 하고는 코드가 맞으니 별 문제는 없다. 작년에 두 딸과 함께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속으로 그래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때는 큰딸이 가자고 해서 갔다. 이번엔 대학원 다니는 작은딸이 2월 지나면 이제 시간 내기 힘들다며 가족여행을 가잔다. 일본을 못 가봤으니 일본으로 가고 싶단다. 남편은 선뜻 오케이 해놓고 내 눈치를 살핀다.


아이들이 어릴 때야 당연히 여행의 포커스를 아이들한테 맞추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다. 작년에 다녀온 경험으로 여행은 이제 따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여행 코드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어느 쪽도 탓할 일은 아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른 사람과 함께 떠남은 누군가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패키지여행과 다를 바가 없다. 자유롭지 못한 자유 여행이 되어 버리니 썩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여행 경비도 둘이 다닐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물론 인원이 많아지니 더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일단 아이들과는 씀씀이가 다르다.


우리 부부는 여행도 검소하게 하는 편이다. 숙소도 깔끔하고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 걷기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굳이 럭셔리한 숙소에 머물며 힐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3년 전 큐슈 여행을 하며 jr레일 패스를 끊어 5박 6일 동안 북큐슈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신칸센, 아소보이 특급열차, 유후인 노모리 등 다양한 열차를 타고 다녔다. 색다른 열차를 타보는 재미도 있고 열차 안에서 도시락도 먹어보며 즐거워했다. 차창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풍경, 열차에서 내려 걸어 다니며 느리게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2월 말에서 3월 초로 4박 5일 일본 여행 날짜를 잡았다. 이번엔 아이들과 가족여행으로 3년 만에 다시 찾게 될 큐슈!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여행 콘셉트이다. 작은 아이는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며 진을 다 빼서인지 한 곳에 눌러앉아 푹 쉬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큰 아이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숙소까지 매일 옮겨 다니는 건 싫어한다.

큰 딸은 뚝딱 항공권 예약만 해놓고 긴 휴가를 내고 설 연휴 전 남미로 날아가 버렸다.

자연스럽게 숙소 예약은 남은 가족들 몫이 되었다.


작은 딸이 료칸 체험을 해보고 싶어 했다. 나도 이번엔 료칸에서 온천욕과 카이세키(일본식 정식코스)도 맛보고 싶었다. 일본 전통을 고수하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마을이 마음을 끌었다. 번잡하지 않고 고요한 자연 속에 머물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쉽지 않았다. 그것도 한 달 전인데 말이다. 설 연휴에 집에 온 작은딸과 료칸 하나 예약 하려고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결국은 예약에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벳부에 있는 료칸을 예약했다. 그렇게 힘들게 하룻밤을 예약하고 이틀은 호텔로 예약. 하루는 큰딸 돌아오면 일정 봐가며 정하려고 남겨 두었다.


2주 만에 여행에서 돌아온 큰 딸이 대뜸 하는 말. 아니 웬 숙소를 날마다 바꾸냐며 예약한 호텔 두 곳을 취소하고 연박으로 다시 예약했다. 주변 돌아볼 만한 곳과 연계해 위치도 선정했던 터라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냥 넘어갔다.

이렇게 항공과 숙박 예약만으로도 순조롭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각자 독립해 살다 보니 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준비 과정 또한 여행이라지만 이 정도면 과정의 일부가 아닌 스트레스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충분히 헤아려진다.


떠나기 전 교통편도 결정하고 예약해야 한다. 일본은 여행자를 위한 기차나 버스 패스가 있어 미리 구매해서 가면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부일정은 고개도 못 내밀고 전체적인 얼개도 아직 짜지 못했다.


어차피 항공권까지 끊어 놓았으니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속으로 그 돈이면 국내에서 온천도 즐기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으며 럭셔리하게 다녀올 텐데 왜 꼭 해외로 가야 하나 싶었다.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현지에 도착해 각자 돌아다니다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자며 헤쳐 모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성인이 된 아이들과 떠나는 가족여행의 배는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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