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명숙 작가님의 '나도 홈베이킹'이라는 글에서 건강빵 만들기를 접했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것 같아 나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당장 재료를 구매해 만들어 보자고 한다.
말은 해볼까 해놓고 막상 하려니 귀차니즘이 발동한다. 조금 한가한 다음 주쯤에 시도해 봐야지라며 미루어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 남편 건강검진 결과가 날아왔다. 고혈압 약을 먹다가 몇 년간 끊었는데 혈압도 수치가 높게 나오고 당뇨도 의심되니 진료를 받아보란다.
나는 웬만하면 약부터 먹지 말고 음식과 운동으로 조절해 보자는 쪽이다. 멏 번 먹고 치료를 돕는 약이 아닌 장기 복용 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우리 몸도 약에 의지하게 되고 오랫동안 복용하는 약에 의해 또 다른 병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병원 진료를 받고 온 남편의 손에는 혈압약과 당뇨약이 들려 있었다. 당뇨가 심한 건 아니지만 일단 약을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단다.
혈압약은 먹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당뇨약은 음식에 신경 쓰고 지금껏 해온 것처럼 꾸준히 운동하며 다스려보면 어떨까 싶었다.
반주로 습관처럼 마시던 술을 줄이고 키피 마시며 주전부리로 즐겨 먹던 과자도 점차 줄이기로 했다. 가끔 사 먹는 촉촉 달콤한 빵 종류도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빵은 좀 배워둘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다. 시골살이하려면 빵 정도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 빵가게가 없으니 빵이 먹고 싶으면 차를 타고 면소재지까지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기도 했다.
최명숙 작가님의 홈베이킹으로 건강빵 만들기를 보고 따로 배울 거 없이 따라 해 보면 되겠다 싶었다. 물론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님은 기본기가 탄탄한 산림 고수분이다. 그러기에 개량할 것도 없이 대략적인 감과 방법으로도 충분히 건강빵 만들기에 성공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내게는 좀 더 상세한 레시피가 필요했다.
유튜브 검색을 통해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고 어떤 비율로 반죽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스트 7그램 소금 7.5그램 호밀가루 250그램 통밀가루 250그램. 체에 거른 호밀가루와 통밀가루를 넣고 식용유 약간 넣어 반죽을 했다. 반죽 한참 치대기는 남편을 시켰다.
작가님 방법과 유튜브에서 본 방법 중 필요하고 편한 방법을 골라 시도해 보았다. 이스트와 소금을 따뜻한 물에 먼저 녹이는 방법은 작가님의 효율적이고 편한 방법을 따랐다. 없는 오븐 대신 에어프라이어 사용도 밤새 숙성도 작가님 방법을 따랐다.
20분 후에 가스를 빼는 건 유튜브에서 도마에 놓고 밀대로 밀어 공기 빼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20분을 그냥 상온에 두면 되는지 따뜻한 곳에 두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을 덮어 두었다. 그랬더니 살짝 부풀어 올랐다. 성공적인 길로 들어섰다고 기뻐했다. 밤새 전기장판을 켜놓고 이불을 덮어 숙성시켰다.
아침에 일어나 밤새 이불 덮고 따뜻하게 잤으니 두 세배정도 부풀어 있겠거니 잔뜩 기대를 하고 열어 보았다. 앗! 그런데 이건 뭐지! 생각보다 부풀어 있지 않고 숙성되는 냄새와 반죽이 물컹해져 있다. 손으로 만지니 손에 다 달라붙어 떡이 되었다.
이스트가 부족했나? 아니면 따뜻한 곳이 아니라 그냥 상온에 두었어야 하나? 망했다;;; 손바닥에 달라붙은 반죽을 수저로 떨어내고 있는데 반죽이 조금씩 굳어지는 느낌이다. 다행이다. 달라붙지 말라고 손바닥에 통밀가루를 살짝 묻혀 잘라놓은 견과류를 넣고 버무렸다. 작가님은 견과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유튜브를 보고 참고했다. 그리고 반죽을 절반으로 나누었다. 길쭉하게 모양을 만들고 가운데 길게 칼집을 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처럼 나도 통밀가루를 살살 뿌렸다. 180도로 10분 예열한 에어후라이어에 기름종이를 몇 장 깔고 반죽을 넣어 10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빵과 에어 후라이어에 물을 뿌려 다시 180도로 35분 가열. 아 그런데 우리 집 에어후라이어는 최대 가열 시간이 30분이다. 30분 가열 후 다시 5분을 돌렸다. 과연 빵이 만들어졌을까!
짜잔! 일단 색깔을 보아 완전히 망하지는 않은 듯하다.
조금 식혀 두었다가 자르기 시도. 앗 '겉바속촉'이 아니라 '겉딱속촉'이다. 어찌나 딱딱한지 겨우 잘라졌다. 중요한 건 맛이잖아.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이 없다. 그래도 얼마나 공들이고 고생해서 만든 건데 그냥 물러설 수 없다. 사과를 얇게 썰고 모둠채소 적당히 자르고 치즈 한 장을 준비했다. 옆에 있는 잼의 유혹은 물리치고 커피도 내렸다. 어라 이렇게 같이 먹으니 깊은 맛이 있네! 그렇지 사과의 당분이 설탕 일도 안 들어간 빵맛을 살린 걸까. 달콤한 맛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도 하루아침에 적응할 수는 없다. 마지막엔 다시 빵만 먹어 보았다. 처음보다 구수하고 맛있다. 이만하면 포만감도 있고 먹을만하다. 설탕과 밀가루 빼고 집에서 직접 만든 빵 하나에 자연인이 된 듯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였다.
자꾸 배워가며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다음엔 조금 덜 딱딱한 바게트를 나만의 건강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름종이와 종이호일의 차이
빵을 구우려고 기름종이를 사용하다가 주방 서랍에 나란히 있던 종이 호일을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기름종이랑 종이 호일은 뭐가 다를까? 궁금하면 네이버한테 물어봐야지^^
검색결과 종이호일은 내열온도가 220도로 기름종이보다 높고 양면에 실리콘 코팅이 되어있어 음식을 요리할 때 사용할 수 있고 음식이 잘 눌어붙지 않는 역할을 한다. 반면 기름종이는 내열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한쪽만 실리콘 코팅이 되어 있어 구이용이나 전자레인지 사용이 불가하다. 기름제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에어프라이어에도 사용불가라고 나온다. 그런데 어디는 생선이나 고기를 굽거나 도마에 깔거나 오븐에 빵 쿠키 구울 때 깔 수 있다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