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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여정

가족 여행의 성장

10년 만에 떠난 가족 여행

by 바람의 영혼

마지막 가족여행이 큰아이가 중학생 , 작은 아이는 초등학생일 때였던 것 같다. 그때까지는 줄곳 부모가 다 챙기고 부모가 계획한 여행 스케줄에 따라 그저 아이들은 신나서 쪼르르 따라다녔던 여행이었다.심히 흐른 세월은 큰아이를 직장인, 작은 아이는 대학원생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이번 가족여행 대략 10년 만에 다녀온 듯하다. 큰아이가 가족여행 가자는 제안에 돌이켜보니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이 성숙한 만큼 가족여행도 성장했다. 이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인이 되었다. 언제 어디로 어떤 콘셉트가 좋을지부터 함께 참여해 의견을 나누었다. 제주도로 가고 싶다는 아빠의 의견은 엄마의 거절로 패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북적거리는 공항과 비행기 타는 게 꺼려져서였다.

차라리 안전하게 자차로 강원도로 떠나자는 내 제안에 모두가 오케이란다. 여행 스케줄을 짜지 않아도 일단 숙소만 정해 놓으면 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가보는 것도 괜찮다에 또한 모두가 다고 공감!


숙소는 객실에 스파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겨울이면 온천과 사우나를 즐기고 불가마에 들어앉아 흠뻑 땀을 흘리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곤 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버린 코로나 사태로 겨울에 누리는 그 즐거움을 빼앗긴 채 벌써 두 해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온천욕에 대한 리움을 스파가 있는 객실에서 릴랙스 하게 보내는 것으로 위안 삼고 싶었다. 풍 검색으로 이틀 동안 머물 숙소 두 곳을 정하고 예약을 마쳤으니 일단 2박 3일의 여행 준비는 끝났다.


여행을 떠나던 날 교통체증으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새벽에 나서고 싶은 우리 부부의 생각과 달리 두 아이는 뭘 그리 일찍 나서냐며 푹 자고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하잖다. 이때부터 마음을 접었다. 그래 이번엔 너희들 하자는 대로 다 해주마! 그러면서 속으로 그 대신 다음엔 너희들하고 같이 여행 안 갈 거야 라며 슬쩍 삐진 엄마 마음!


모닝커피까지 마시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차는 막힘없이 달려 인제 자작나무 숲에 도착했다. 살포시 깔린 하얀 눈 덕분에 겨울 자작나무 숲의 운치를 만끽했다. 즉석 검색으로 찾아간 인근 맛집에서의 점심도 여행의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인제에서 차로 한 시간 반쯤을 달려 양양 남애항에 도착했다. 고래 모양을 한 카페와 스카이워크가 있고 청량제 같은 푸른 동해바다가 맞이해 주었다. 우선 바다 뷰가 있는 고래 카페에 들어갔다. 가족이 아니라 마치 친구들과 여행 온 것처럼 차를 마시며 풍경에 취하고 각자 사진놀이도 즐겼다. 빨간 등대도 삼켜버릴 듯 거친 파도가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몰아치는 겨울바다! 카페에서 나와 스카이워크에 서서 찬바람과 함께 잠시 바다멍에 빠져도 본다. 항구 주변은 황량하고 마땅히 들어가 저녁 먹을 만한 곳도 없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숙소로 조금 일찍 들어가 쉬기로 했다.


숙소는 온천이 있는 리조트였다. 침실과 온돌방 거실을 갖춘 깔끔하고 넉넉한 객실이었다. 객실 내에도 전부 온천수가 흘렀다. 매끈하고 따뜻한 온천수로 샤워를 하고 나니 피로도 풀리고 몸도 가뿐해졌다. 물론 리조트 내 대온천장도 운영했다. 하지만 마스크 쓰고 온천욕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답답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안전하게 객실 내에서 온천수로 즐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샤워를 하고 저녁과 다음날 아침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큰딸과 객실을 나섰다. 리조트 내에 편의점도 있고 음식을 파는 곳도 있어 편리했다. 포차 스타일로 술 한잔 할 수 있는 야외 돔도 분위기 있다. 우리는 지역 수제 맥주와 이것저것 푸짐하게 들고 객실로 들어와 온 가족이 안전하게 즐기고 기분 좋은 첫날밤을 보냈다.


달콤한 잠에 취한 두 아이를 두고 우리 부부는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 다녀온 남애항까지 산책 삼아 걸어서 다녀왔다. 여전히 파도는 거칠게 몰아치고 멀리 수평선 위로 뒤늦게 떠오른 일출을 맞이했다. 해가 떠오른 이른 아침 바닷가 산책도 하고 잠시 둘만의 시간을 누렸다.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사진 전송으로 일출을 보여주었다. 돌아와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이제 양양에서 속초로 향한다. 속초로 가는 길에 잠시 휴휴암에 들렀다. 바닷가 가까이로 내려가 청정 겨울바다를 폐부 깊숙이까지 품고 차에 오른다. 속초 문우당 서림에 들렀다가 점심은 아바이순대 마을에서 북청 전통 순댓국과 오징어순대로 입이 즐겁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속초 중앙시장 회센터를 들러 둘째 날은 숙소를 조금 더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거친 파도로 연이틀 고깃배는 출항하지 못했다지만 우리는 광어 농어 해삼 멍게로 골고루 회를 뜨고 매운탕 거리까지 준비했다. 시장 주변 네 컷 포토에 들러 재미나게 가족사진도 찍고 시장 내 유명한 술떡 집에서 길게 줄 서서 기다렸다가 술떡도 사서 고성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아이들이 은근 기대했던 감성 숙소!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 낯선 여행지를 만난 것처럼 감동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빴다. 히노끼탕에 앉아 영화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게임 음악 감상 마사지 기계 고급 침실 등 특급 호텔보다 더 편리하고 부족함 없이 갖추어진 곳이었다.



아이들은 잠시 게임에 빠져들고 남편은 마사지기에 몸을 맡기고 는 사이 나는 히노끼탕에 뜨끈하게 온수를 채우고 들어앉아 영화 감상하며 꽃차를 즐겼다.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며 쉬다가 매운탕을 끓이고 수산시장에서 떠온 회로 저녁을 먹었다. 다들 감탄사 연발! 숙소 분위기도 너무 좋고 회맛은 달달 신선하고 매운탕은 또 어쩜 이리 맛있냐며 행복해한다. 그야말로 럭셔리한 분위기에 침실은 포근하게 꿀잠으로 빠져들게 했다.


우리 부부는 습관적으로 새벽에 눈을 떴다. 숙소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고성 봉포항에서 항구 위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했다. 항구의 주인인 고깃배들은 이날도 출항을 못하고 흔들흔들 춤을 추며 쉬고 있다. 해안가에 길게 줄지어선 갈매기들도 한가로이 오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도 마음이 여유롭다.



여행 마지막 날은 숙소에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어디 한 곳 더 들렀다 가자는 아이들 제안에 아빠 엄마는 다음날 일을 해야 하니 무리하지 말고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 가자고 했다.

불협화음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2박 3일 강원도 가족여행!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여유롭게 다닌 일정이 좋았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던 숙소 가족이어서 편했고 무심한 세월의 흐름 속 어느 한순간 성인이 된 아이들과 오랜만에 함께한 모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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