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시간이 부족한 엄마의 경제교육

(3) 노동의 가치를 용돈으로 배우다.

by 킹맘

어느 날, 첫째가 유튜브를 보다가 다급하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엄마! 이 유튜버는 용돈 5만 원 받는데! 나도 좀 챙겨줘~~”


순간 머릿속이 띵했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는 돈 얘기도 숨 쉬듯 쉽게 하더군요 (유튜브… 정말 무서운 플랫폼입니다.)


“용돈 받아서 뭐 하려고? 엄마가 일부러 간식 만들어두잖아?”


“나도 CU에서 사 먹고 싶어!”

“친구들은 뭘 사 먹는데?”


(안 봐도 뻔했죠.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 충치 3종 세트.)


“그… 설곤약이랑 젤리랑 사탕!”

“그걸로 배가 차? 이만 썩을 것 같은데... 그러다 집 와서 엄마가 만든 간식 안 먹을 거잖아?”


그러자 딸이 팩폭을 날립니다.


“엄마는 채식주의자잖아. 맨날 삶은 계란, 과일, 파프리카! 나 그거 지겨워…”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애 건강 생각해서 부지런히 챙겨주는 건데 말이죠.


한편으로는 친구들은 용돈 받아서 이것저것 사 먹는다는데, 우리 아이만 못 누리게 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그럼 너는 용돈 벌어서 써라!”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배우고 노동의 가치를 체감하게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우리 가족은 용돈 계약서를 만들고 ‘용돈 메뉴판’을 함께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손을 들며 의견을 냅니다.


“빨래 개기 500원!”

“분리수거 1,000원!”

“청소기 밀기 1,000원!”


듣고 보니 단가가 꽤 높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 용돈을 따로 주지 않고, 게다가 아이가 점심 먹고 이른 저녁 무렵까지 버티다 보면 중간에 허기가 질 수도 있을 것 같아 허락했어요. 그리고 실행력이 아직 좋지 않다는 점..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은 금액을 더 올려주었어요. 그리고 덤으로 용돈기입장 작성도 추가했습니다.


아이가 직접 기록하며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디에 가장 많이 소비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벌어야 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냥 용돈을 투척하기보단 노동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아이의 삶에 경제 감각과 책임감을 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시간이 부족한 엄마가 선택한 경제교육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깨비드림"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용돈계약서와 용돈 메뉴판을 활용하여 작성한 사진이에요.



"용돈메뉴판"의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어요.


어느 날은 아이가 학교에서 오자마자 이렇게 묻더군요.

“엄마, 건조기 빨래 언제 나와? 오늘 내가 개야지!”

말하면서도 슬쩍 기대하는 표정이 보였습니다.
그러다 빨래를 개다가 양말이 뒤집혀 있거나,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휴지가 툭 떨어지면 아이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아… 이거 내가 제대로 안 뒤집어 넣었구나. 다음엔 조심해야겠다…”

그 작은 반성이 저는 너무 기특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집안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수고를 얼마나 늘리는지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아이에게 용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 책임, 배려를 배우는 통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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