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티기만 했을 뿐인데, 여기까지 왔다.
요즘 저는 시베리아 한가운데에서 목적지를 찾기 위해 끝없는 길을 걸어가는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날들도 더러 있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잠을 자도 꿈을 자주 꾸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아요. 분명 잠은 잤는데, 몸은 쉰 것 같지 않고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일을 해온 지난 13년을 돌이켜보면 늘 쉽지 않았음에도, 기억은 이상하게도 미화됩니다. 그 시절에도 분명 힘들었을 텐데, 지금 떠올려 보면 어떻게든 지나왔다는 장면들만 남아 있습니다. 아마 그때도 저는 버티고 있었고, 결국 시간이라는 것이 해결해 주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버티는 시간은 그저 멈춰 서 있던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해내며 저도 모르게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저를 한 계단 더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 자리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와 있었다기보다, 그저 하루하루를 감당하다 보니 어느새 이 자리에 서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은 단련이 되었고, 조금 더 어려운 일이 찾아오면 다시 단련이 되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저는 한 층씩 성장해 왔습니다.
요즘 저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켜지도 않은 채,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 봅니다. 집에 도착해서는 한동안 손대지 않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바닥을 닦으며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몸은 고단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생각이 조금씩 정리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려움과 고단함 역시 언젠가는 또 하나의 미화된 기억이 되겠지요.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는 버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