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옷, 음식, 집, 자동차, 장난감, 전자제품 등 뭐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한 장에 만 원도 하지 않는 티셔츠가 클릭 한 번이면 배달되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면 그만입니다. 옷이 세탁 한 번에 쉽게 늘어나거나 올이 풀리는 건 안 비밀이죠. 옷만 그런가요? 전자제품도 예전보다 빨리 고장이 납니다. 제품 순환주기를 짧게 만들어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새 제품이 어찌나 자주 나오는지, 휘황찬란한 광고를 통해 멀쩡히 쓰고 있는 제품도 싫증이 나게 만들어 버립니다.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일부 기업들이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며 자원낭비를 부채질하는 꼴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과잉은 자원 낭비를 넘어 우리의 몸도 해치고 있습니다. TV에는 오늘도 먹방이 넘쳐나고, 매 순간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합니다. 사실 입으로 들어가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릅니다. 포장지에 몸에 좋은 무엇인가가 들어있다고 하니 그러려니 손이 가는 것이죠.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2년 33.5kg에서 2022년 58.4kg으로 74%나 증가하였습니다. 그 사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국민질환'이 되어 버렸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20대 이상 고혈압 추정 유병자 수는 약 1,200만 명. 20대 이상 성인 5명 중 2명은 고지혈증을 갖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는 약 500만 명으로 당뇨 전단계 환자까지 포함하면 약 1,000만 명에 이릅니다.
더 심오한 진실은 우리가 표면상으로는 진보, 건강, 장수를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퇴보적이고 건강에 해로우며 종종 치명적인 소비를 부추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중독의 시대> 중에서
지구가 하나도 아니라 4개나 필요한 삶을 살아가는 지금은 풍요의 시대가 아니라 과잉의 시대, 낭비의 시대입니다.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게 분명합니다! 이런 낭비만 줄여도 생태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 톤 중 3분의 1은 그냥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굶주림에 시달리는 전 세계 최빈곤층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 양이죠. 국제사회에서 전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음식물 낭비부터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점 커지는 이유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낭비되는 자원만 잘 해결해도 탈성장의 충격은 의외로 미미할 수도 있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