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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Dec 29. 2023

16. 도넛 경제학

(출처: 도넛경제액션랩)

탈성장 진영의 대표적인 정책 대안은 영국인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고안한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입니다.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2012년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2017년에는 책으로도 출판되어 2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케이트는 2019년 도넛경제학 액션랩(Doughnut Economics Action Lab)을 설립하여 도넛 경제학 이론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로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도넛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은 아래 도넛 모양으로 생긴 개념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생태적 한계(바깥 원) 안에서 인간 존엄성의 기초가 되는 인류의 활동(안쪽 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2020. 6. 16. SBS 인터넷 기사)


바깥 원인 생태적 한계는 모두 9개 지표로 측정됩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책임자인 요한 록스트룀이 2009년 만든 지표인데요. 해양 산성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담수 고갈, 질소·인 축적, 화학적 오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안쪽 원에 사회적 기초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로부터 도출된 것으로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함,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의 접근권, 에너지, 물, 식량 등 총 12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국가가 도넛 경제 안에서 생활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실험으로 옮긴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2022년 영국 연구진(앤드류 패닝, 제이슨 히켈 등)은 국가별로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항목 수(가로축)와 사회적 기초를 달성한 항목 수(세로축)를 측정하여 그래프로 나타내는 연구를 진행하였는데요.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출처: The social shortfall and ecological overshoot of nations. Nat Sustain 5, 26–36 (2022))


가로축(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항목 수)과 세로축(사회적 기초를 달성항 항목 수)의 숫자가 커질수록 미국,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전통적인 선진국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한국은 영국, 이스라엘과 함께 (가로축 5, 세로축 8)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들 지구에 주는 환경적 부담을 많이 낮춰야 하는 국가들이죠. 


특이한 건 베트남입니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항목은 하나 밖에 되지 않는데, 무려 6개 분야에서 사회적 기초를 달성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베트남의 사례는 환경에 많은 부하를 주지 않으면서도 높은 생활 수준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는데요. 그래프 상 왼쪽 위가 바로 탈성장이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니 베트남이 한국으로부터 배울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 베트남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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