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배추아저씨가 확성기를 틀고 다닌다. 야채가게에서는 절임배추를 주문받는다. 오히려 김치배달 트럭은 좀 뜸한 것 같다.
지금은 1년에 한 번 생일처럼 돌아오는 김장철이다.
겨울이면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가 기다린다. 어른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허리가 뻐근하고 손목이 시큰한 김장날이 다가온다. 달력에 동그라미만 쳐 두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강시처럼 성큼성큼 다가온다. 안 하자니 사 먹는 김치는 친정엄마 손길 닿은 맛을 따라올 수 없고, 해 먹자니 뒷감당이 어렵다. 요즘은 맛도 가격도 해 먹는 것을 많이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늘 하던 것을 탁! 손에서 놓아 버리자니 그것도 찝찝하다.
그렇게 친정엄마 손을 잡고 김장재료를 장 보러 간다. 이때 배추 다음으로 많이 사는 재료가 있다.
바로, "마늘"!
마늘은 우리나라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재료 중 하나이다. 국이든 나물반찬이든 양념 고기든 마늘이 빠지면 풍미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김장 속에 들어갈 정도의 마늘을 다지고도 알알히 하얀 마늘이 한참 남는다. 지금부터 1년 먹을 마늘을 열심히 자동 다지기로 다진다. 다진 마늘을 이중 지퍼백에 넣고 얇고 넓게 펴준다. 이때 얇게 펴는 이유는 얼린 마늘을 내가 원하는 양만큼 부러뜨려 써야 하기 때문. 너무 두꺼우면 부러뜨리기가 어렵다. 이 작업을 마늘이 없어질 때까지 반복한다. 냉동실 한 칸을 비우고 넓은 쟁반에 올린 다진 마늘을 쏙 넣어야 올해의 김장이 끝난 것이다.
냉동실 한 칸을 꽉 채운 요 녀석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바쁜 저녁식사 준비 시간을 줄여 줄 구원투수!
그 옛날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을 견뎌 인간이 된 곰의 이야기를 되새겨 본다. 1년간 이 마늘을 먹고 나면 나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금은 철든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을까. 김장 날 아직도 친정엄마의 수발이나 드는 나를 보면 아직 멀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