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고성이 오고 갔다.
기분 좋게 학교를 보내주고 싶었는데
마음과 몸은 따로 노는 것 같다.
씩씩거리고 있는 나에게
아이가 학교 가려다 말고 묻는다.
"엄마, 같이 안나가?"
"오늘은 나가기 싫어. 너희끼리 가.
...
아니다, 기다려봐. 같이 나가자."
이제는 아예 대놓고 변덕을 부린다.
누가 애고 어른인지, 참.
항상 아이들 등굣길에 함께 나선다.
운동복 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
요즘 같이 아침이 쌀쌀한 날에는
집업재킷도 하나 걸쳐준다.
운동화는 뛰어도 무리 없는 쿠션감이 있는 것이다.
빈 귀(?)로 나서면 서운하니 무선 이어폰도 챙겨준다.
누군가 같이 뛰면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조잘거려 줄 무언가가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다.
아차!
아파트 헬스장 출입증도 챙겨야지.
그냥 나가면 낭패다.
출입증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운동을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면 안 된다고 하는 마음과
이미 고성을 선사하는 몸이 있듯,
운동을 하러 나가야 된다고 외치는 마음과
침대에 몸을 붙여버리는 몸이
나에게는 있다고.
매번 굼뜨다고 아이를 타박하던 내가
제일 늦게 집을 나섰다.
학교를 빠짐없이 가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의 위신이 서려면
적어도 매일 운동가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내 기분이 울적하다고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나기 전 정신이 돌아와
천만다행이다.
어색하게 서로를 안아주고 돌아서는 길.
나의 발걸음은 자연히 헬스장으로 향했다.
그 옛날 김유신 장군의 말이
매번 가던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던가.
나 또한 그런 느낌으로 집 방향이 아닌
헬스장으로 몸을 돌렸던 것 같다.
습관이 참 무섭다.
비가 와서 인지 몸이 무거웠다.
아님 아침 분란으로 마음이 무거운 것일까.
일단 헬스장에 입성했으니
러닝머신의 스위치를 켰다.
오늘은 그냥 걸었다.
왔으니 이거라도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어라?
그래도 3Km는 찍었다.
그럼 기구 운동도 몇 개 더 하고 가볼까?
혹시 아직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
옷 챙겨 입으셨나요?
(속옷차림만 아니면 됩니다.)
이어폰 챙기셨나요?
(없으면 소리 키우고 보시면 됩니다.)
헬스장 출입증 챙기셨나요?
(요건... 꼭 챙겨야겠네요.)
그럼 일단, 걸읍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