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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15. 2024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합니다

캠핑의 매력 3


아직은 초록이고 싶

마지막 남 엽록소를 뽐내는 나무와 

그래도 이제는 가야지라고 말하듯 

울긋불긋 물들어버린 나무 사이를 지나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섰다.


겨우 차바퀴가 빠지지 않을 정도의 길을

비집고 나오니 한적한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색색이 폭신한 낙엽이불이 덮여있 그곳.

여기가 이틀간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곳이구나.




3월 말이지만 여전히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낮 시간은 따스한 봄햇살이 찬 바람 데워주지만

밤에는 그마저도 다시 식어버렸다.

기다려도 소식 없는 따뜻한 날씨에

성질 급한 우리 부부는 4월 초에 덜컥 첫 캠핑장을 예약했다.


명색이 인데  이 좀 풀리려니

했던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여전히 봄바람은 차디찼다.

텐트를 펴고 내부를 정리하니 주위는 금방 어두워졌다.

밤이 되니 스산한 기운이 엄습했다.


I say "캠핑" 하면 you say "고기" 아니겠는가.

밖에서 구워 먹는 삼겹구이는 단연 꿀맛이었다.

배를 불리고 나니 추운 기운이 조금 가셨다.

전기장판 불을 올리고 옹기종기 모여

모자란 온기를 서로 나눠 가졌다.



아침 새소리와 함께 맞이한 캠핑장에서의 첫날 아침.

먼저 깬 남편과 딸아이는 벌써부터 다음 캠핑지를 찾아보았다. 아들은 아직 꿈나라...

아이들에게 각방을 주고 나서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자본 것이 얼마만인가.

매주 금요일마다 패밀리데이를 만들어

한 방에 모여 자기로 약속한 날도 아마 이날 아침인 듯하다.


아침은 미리 준비한 감자샐러드 샌드위치와 제철딸기.



아침을 먹고 그 자리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마치 고흐의 명작 <꽃 피는 아몬드나무>를 연상케 했다.

평소 유명 화가 전시관에 가면 아이들 주의 주랴

밀려오는 사람들을 피하랴 감상이란 것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아이들은 어디선가 자기만의 시간을 즐겼다.

내 공간으로 더 이상 들어올 누군가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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