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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28. 2024

엄마, 나도 꽃 받고 싶어

오늘은 학예회 날


"학예회인데 떨리지 않아?"

"아니, 신나!!"

"다행이네. 멋있다, 너희. 공연 잘 될 거야. 파이팅!"

"엄마, 우리 잘 보이게 맨 앞에 앉아!"

"엄마는 맨 뒤에 앉아도 너희만 보여. 몰랐어?"


자, 아이들은 갔으니

이제 나만 단장하고 나가면 되겠다.




이런 늦어버렸다.

벌써 앞자리가 꽉 차있다.


늦게 도착한 건 고사하고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꽃. 다. 발.

아이들 공연에 꽃다발 없이 빈 손으로 덜렁 오다니.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들과

학예회 끝나면 31가지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르러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꽃다발은 무슨...

아이스크림이랑 꽃다발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아이스크림 고를걸?

아이스크림아, 너만 믿는다!!!'


드디어 아이들 반 차례이다.

입장 대기 중인 아이를 보자마자 선수를 쳤다.


"얘들아, 엄마가 꽃을 미처 준비 못했네.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 대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그럼~, 엄마는 약속 꼭 지켜!

틀려도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잘하고 와~!"


훈훈한 대화를 마무리하고

무대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힘껏 손을 흔들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춤추고 리코더 부는 모습을 담았다.




학예회가 끝났다.


'분명 아이스크림 기다리느라

방방 뛰는 목소리로 전화 오겠지?'


따르릉~


"여보세요? 딸, 공연 잘 봤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어디야?"

"엄마... 나도 꽃다발 받고 싶어."

"아까는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된다며?"

"다른 친구들은 다 받았는데 나만 없으니까

대화거리가 없어서 나 심심했단 말이야!"


이런...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한창 여자아이들끼리 친구관계로

예민해지기 시작할 시기였다.

학교에서 친구 일로 슬퍼하는 아이를 보면

나 또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사이좋게 먹으며

끝맺지 못한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딸, 아이스크림 먹어도 꽃다발 받고 싶어?"

"응! 친구들끼리 서로 꽃다발 자랑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단 말이야."

"엄마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

미안해. 다음에는 엄마가 꼭 꽃다발 준비할게."

"알았어. 엄마는 약속 지키니까...

근데 좋은 점도 있었어!"

"뭐야?"

"내가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하니까

하굣길에 친구가 나 사탕 2개나 줬어.

그래서 나랑 동생이랑 나눠 먹었어."


비록 센스 없는 엄마로 낙인찍혔지만

아이의 몇 마디에서 나는 두 가지를 얻었다.


"엄마는 약속 꼭 지키니까..."

아이의 엄마에 대한 믿음과

"근데 좋은 점도 있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볼 줄 아는 자세.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는 오늘보다 더 한 상황도 마주하게 되리라.

겪지 않으면 좋지만 어차피 겪어야 한다면

부모가 항상 자신의 편에 서 있다는 믿음과

좋지 않은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간다면

분명 잘 헤쳐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꼭 오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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