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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꽃 받고 싶어

오늘은 학예회 날

by 빈틈


"학예회인데 떨리지 않아?"

"아니, 신나!!"

"다행이네. 멋있다, 너희. 공연 잘 될 거야. 파이팅!"

"엄마, 우리 잘 보이게 맨 앞에 앉아!"

"엄마는 맨 뒤에 앉아도 너희만 보여. 몰랐어?"


자, 아이들은 갔으니

이제 나만 단장하고 나가면 되겠다.




이런 늦어버렸다.

벌써 앞자리가 꽉 차있다.


늦게 도착한 건 고사하고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꽃. 다. 발.

아이들 공연에 꽃다발 없이 빈 손으로 덜렁 오다니.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들과

학예회 끝나면 31가지 아이스크림 중

하나를 고르러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꽃다발은 무슨...

아이스크림이랑 꽃다발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아이스크림 고를걸?

아이스크림아, 너만 믿는다!!!'


드디어 아이들 반 차례이다.

입장 대기 중인 아이를 보자마자 선수를 쳤다.


"얘들아, 엄마가 꽃을 미처 준비 못했네.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 대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그럼~, 엄마는 약속 꼭 지켜!

틀려도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잘하고 와~!"


훈훈한 대화를 마무리하고

무대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힘껏 손을 흔들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춤추고 리코더 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학예회가 끝났다.


'분명 아이스크림 기다리느라

방방 뛰는 목소리로 전화 오겠지?'


따르릉~


"여보세요? 딸, 공연 잘 봤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어디야?"

"엄마... 나도 꽃다발 받고 싶어."

"아까는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된다며?"

"다른 친구들은 다 받았는데 나만 없으니까

대화거리가 없어서 나 심심했단 말이야!"


이런...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한창 여자아이들끼리 친구관계로

예민해지기 시작할 시기였다.

학교에서 친구 일로 슬퍼하는 아이를 보면

나 또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사이좋게 먹으며

끝맺지 못한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딸, 아이스크림 먹어도 꽃다발 받고 싶어?"

"응! 친구들끼리 서로 꽃다발 자랑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단 말이야."

"엄마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

미안해. 다음에는 엄마가 꼭 꽃다발 준비할게."

"알았어. 엄마는 약속 지키니까...

근데 좋은 점도 있었어!"

"뭐야?"

"내가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하니까

하굣길에 친구가 나 사탕 2개나 줬어.

그래서 나랑 동생이랑 나눠 먹었어."


비록 센스 없는 엄마로 낙인찍혔지만

아이의 몇 마디에서 나는 두 가지를 얻었다.


"엄마는 약속 꼭 지키니까..."

아이의 엄마에 대한 믿음과

"근데 좋은 점도 있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볼 줄 아는 자세.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는 오늘보다 더 한 상황도 마주하게 되리라.

겪지 않으면 좋지만 어차피 겪어야 한다면

부모가 항상 자신의 편에 서 있다는 믿음과

좋지 않은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간다면

분명 잘 헤쳐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꼭 오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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