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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Nov 26. 2024

엄마, 수학공부 혼자 해봤어

수학학원 상담기 2


탁탁 타타타다다다다

(도마 위 칼 지나는 소리)

보글보글보글

(냄비 국 끓는 소리)


"... 엄마, 이것 좀 봐주세요."

"...?!"




여 어디에 구멍이라도 날까 불안했다.

남들이 말하는 최상위인지 최고 수준인지

그것도 풀어야 하는데

지금 아이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자연히 아이를 다그치는 일이 잦아졌다.

수학 문제집을 눈앞에 두고 고성이 오갔다.

공부정서는 개뿔, 당장의 문제풀이에 급급했다.

엄마재촉을 피해, 동생의 어수선함을 피해

아이가 온전히 수학에 집중할 곳이 필요하던 터였다.


피아노 연습이 끝나고 나오는 아이를 다짜고짜

카페 디저트로 꼬셔서 레벨테스트를 봤다.  

1시간 뒤 아이가 조금은 긴장된 얼굴로 나왔다. 기초개념은 잘 되어 있지만 응용력이 부족하여

그 부분을 더 연습하고 다음 학년 예습을 들어가면 되겠다는 게 선생님 말씀이었다.


아이는 (당연히) 거부했다.

"엄마랑 하면서 요즘 계속 힘들어했잖아."

"그래도 싫어! 친구들 있는데서 수학 공부 안 해!" "틀리는 걸 보여주기 싫은 거야?

거긴 책상의자가 다 떨어져 있어서 짝꿍도 없어.

그냥 집에서 처럼 스스로 문제 푸는 거야.

집에서 랑 똑같이 하면 돼."

"그럼 집에서 하면 되지. 뭐 하러 가?"

"... 사실 엄마 때문에 가는 거야.

너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엄마가 너를 못 기다리고 재촉해서 널 방해하니까. 그래서 가라는 거야."


아이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엄마 때문에 가는 학원이라니.

대화는 거기서 일단락 됐다.


그리고 며칠 후...




"이게 뭐야?"

"내일 수학 단원평가 본다고 해서

쉬는 시간에 개념정리하고 연습문제 만들어봤어.

나 혼자 한 건데...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마치 "엄마, 나 노력하고 있어요. 지켜봐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속절없이 요동치며 불안한 어른의 마음을

세상에 난지 10년밖에 안된 이 아이가 잠재우고 있다.




수학학원은 잠정 보류됐다.

필요하다면 방학 동안 가는 건 괜찮다고

아이의 허락을 딱 반절받아냈다.

아이 말대로 집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학원인데

거길 간다고 해서 실력이 급상승하는 것도 아니니

그럴 바에 차라리 집에서 하는 것이 낫겠다는

가성비를 따진 결론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아이가 나와 공부하길 원하지 않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랑 맞니 안 맞니

옥신각신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목표가 생겼다.

초등동안 수학 개념을 스스로 쓰면서 공부하고

꾸준히 문제를 푸는 바른 습관을 쌓아주는 것.

당연한 것 아니겠냐만 이 부분이 수학공부에 있어서

가장 키워주기 힘든 것도 틀림없다.


아이 혼자 힘들지 말고 나도 함께 힘들 각오를 다졌다.

아이는 수학 문제집을 풀고

나는 브런치에 접속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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