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라딘 우주 리뷰로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제 책이 우주리뷰의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서평을 권하면서 약간의 팁을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실례와 함께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며칠 전에 예스24 도서 앱 사락을 기웃거리다가 중학생 때 쓴 서평 몇 개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가 너무 부끄러워서 충격 먹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못난 실력을 가지고도 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이제는 책도 내게 됐다는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 특히 젊은 친구들에게 용기를 심어드리고자 그나마 덜 부끄러운 2개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셜록 홈즈의 전집, 그중에서도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 대한 서평입니다. 홈즈야 뭐 다들 아시겠지만, 바스커빌 편은 잘 모르실 겁니다. 서술방식이 독특한 글이고, 서평에서도 이를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건전개 방식이다.
처음에는 다른 홈즈시리즈 글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지만 중간 부분부터 변화를 도입하여서 왓슨의 일기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그다음에는 왓슨이 홈즈에게 보낸 편지(보고서)로 사건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가서 사건을 전개시킨다.
이 책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경우 단일화된 사건전개방식은 지루함을 주었을 것이다. 비록 초반부터 복선역할을 하는 것(구두)을 심어주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를 시작하게 하고, 왓슨이 사건해결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벌이는 추리방법이나, 중간에 나타나는 미지의 사나이, 감옥에서 탈옥한 죄수 등 여러 가지 세밀한 내용에서 재미를 보여주고 있지만 추리소설의 묘미는 독자가 직접 추리해 가면서 느끼는 것이다. 위의 내용들이 빛을 발하려면 다양하게 사건이 전개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사건전개방식은 독특하고 다채롭고 재미난 것이다.
횡설수설해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지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책은 익숙한 2인칭 관찰자 시점(주인공의 행동을 관찰)에서 글이 진행되다가, 주인공과 헤어진 왓슨이 일기와 편지로 사건을 추리하고(사실상 1인칭 주인공 시점), 홈즈와 다시 만나서 관찰자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시점의 전환이 글을 흥미롭게 만들고, 추리소설의 묘미인 독자의 추리를 장려합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봤습니다. 그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는 그냥 딱 애들 수준의 못 그린 그림이었는데, 네티즌들은 굉장하다며 감탄하더군요. 그 이유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하게 묘사되어서 입체감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평에서 중요한 것도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 대한 권위적인 평가를 내리겠답시고 종합적으로 적기보다는, 관찰자로서 주목한 부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게 흥미롭고 유익합니다. 제가 쓴 서평은 정말로 조악한데도 '시점의 전환'이라는 포인트를 살려낸 덕분에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나요?
다음으로 살펴볼 서평은 인생 첫 서평으로, 우수 리뷰 5편 중 하나로 선정돼 5만 원의 상금을 받았던 글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사회에 알맞은 형태의 직장인에 대해 서술한 점이다. 아직까지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서 살아간다면 빠른 출세를 하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이 철저히 상식을 부정하고 있게 되는 이유가 미래사회에서는 예전의 생활과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무조건 '나도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때까지 행동하던 것들도 나름대로 행동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남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어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생활은 좋은 생활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 또한 공식이 아닌 그저 다른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남의 좋은 생각을 받아들여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남의 생각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버리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은 뒤 먼저 자신의 행동과 비교를 해보고, 자신이 반드시 고쳐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을 내가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였을 때 과연 고칠 수 있을지 여러 번 생각하고 차츰차츰 행동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말 중 "완벽하게 모난 돌이 되면 감히 다른 사람이 비판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모난 돌이 되는 과정에서도 비판은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 갑작스레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
이 책에서의 일 잘하는 사람이란 "자신의 소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길 줄 알며 과감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고, 이익을 위해 자신의 공적을 부풀려 말하며, 가능성이 낮은 일에 모험을 해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도박꾼을 좋은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할 확률이 낮은 생활을 하면서 성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미래사회에서는 빠른 생각이 중요하지만 신중성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서평은 저자의 조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특징입니다. 서평보다는 오히려 독후감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글의 내용적 특징을 고려했을 때는 이런 방식의 접근도 적절한 서평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글을 쓰면 어쩔 수 없이 줄거리밖에 못 적게 됩니다. 그러면 서평으로서의 가치나 매력을 잃게 됩니다.
그럼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는 뭘까요? 독후감은 주관적인 글이지만, 서평은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기만 해도 되는 독후감과는 달리, 서평은 '독자들에게 책을 소개한다는 목적'에 맞게끔 필요한 정보 - 즉, 내가 읽어보니 이렇더라 - 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 - 즉, 객관성 - 를 지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서평이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달하는 것이고, 이를 독자에게 와닿게 잘 설명하는 게 좋은 서평입니다. 그러면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란 뭘까요? 이건 책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소설의 잠재적 독자는 '이 책이 얼마나 재밌을지, 독자인 나도 추리를 해볼 여지가 있는지'와 같은 것을 궁금해합니다. "일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과 같은 자기 계발서의 잠재적 독자는 "저자의 조언이 유익할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그럼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의 잠재적 독자는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까요? 분쟁의 가해자가 누구고, 시온주의가 어떻고와 같은 '정보'일까요? 아닙니다. 단순히 그 정도만 알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만족하지 이런 전문적인 책을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의 잠재적 독자가 궁금해하고, 또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입니다. 바로 이 점을 솔직하게, 그리고 유기적(책 내용 -> 자기 변화)으로 잘 풀어내시면 당선의 기쁨을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글쓰기는 교양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단순히 자신을 잘 드러내거나(자소서) 회사 생활을 잘하거나(보고서), 책을 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는 용도가 아니라, 글쓰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평은 글쓰기의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위의 두 번째 서평을 쓰고 상금을 받은 것을 계기로 글쓰기에 흥미를 붙였습니다. 그러니 이번 알라딘 우주리뷰를 기회로 삼아 어떤 책이든 읽어보고 서평을 써보시길 권하며, 특히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마침 예스24에서 총상금 1천만 원의 어린이 독후감 공모전을 열였으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