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가자지구 전쟁의 진실>을 열심히 쓰느라 브런치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7월에 출간하려고 했는데, 전쟁에서 새로운 이슈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글이 길어지고, 또 그래서 이런저런 여러 고민거리가 생겨나 여태 탈고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 트럼프 당선으로 전쟁의 향방이 결정되었다고 생각해 글을 마무리 짓고 12월 중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어제 월드비전에서 강연을 하고 왔는데, 앞으로 전쟁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하여... 이와 관련된 책의 결론 일부를선공개합니다.
핵심 요약 :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영토 확장이고,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북부 병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여기에 찬성해 가자지구 북부를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한 새로운 평화협상안을 제시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이 거절하면 평화를 거부한다고 비판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철군 없이 가자지구 북부를 실효점령한 상태로 [종전 선언을 하든 그렇지 않든] 종전을 기정사실화 할 것이며, 이후 하마스가 반격하면 이를 전쟁의 확장판이 아닌 새로운 테러로 간주할 것입니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 유대인 식민촌을 수십 개 건설하고 난 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한다고 선포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멈추는 게 아니에요.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 사망 이후 여러 서방 국가들은 인질을 돌려보내고 전쟁을 끝내고 “하마스 이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1987년 하마스 탄생 이전의 가자지구는 어땠나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을 통치하던 암흑기였습니다. 그런데도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고 전쟁을 끝내기만 하면 된다는 흑색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전쟁은 팔레스타인에 슬픔만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비록 너무나도 많은 피를 대가로 지불해야 했지만, 국제사회는 20여 년만에 다시 팔레스타인을 주목하며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독립을 달성할 수 있거나, 하다못해 도약의 발판 정도만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지금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철군하고 전쟁이 종결되면 어떻게 될까요? 팔레스타인 문제는 곧장 뒷전이 되고 식민 지배는 철옹성을 굳건히 할 겁니다. 하마스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다시 테러를 저질러야 하고, 이스라엘의 ‘보복’이 뒤따를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쟁이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를 마냥 기다려야 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다만, 당장의 전쟁에만 시선이 팔려 더 중요한 본질을 놓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전쟁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쟁은 나빠요’라고 기계적으로만 말하지 말고, 그 나쁜 전쟁을 영구적으로 없앨 수 있도록 식민 지배의 종식을 외쳐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는 그러한 과정의 첫 단계에 불과합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전쟁은 반복될 뿐입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치른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2025년 1월부터 제47대 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우리나라 외교와 판박이인 실용주의자이며, 중동 지역의 자유와 권리 같은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국익을 취하는 데만 관심을 가집니다. 첫 번째 임기 당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추진하며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꾀했고, 팔레스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트럼프가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채 이스라엘과 협의하여 내놓은 ‘평화’ 협상안은 난민의 귀환을 원천 금지하고 오늘날 대부분 죽고 몇 안 남은 1948년 1세대 난민에 한해서 재정착 비용을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국경선은 2000년 오슬로 협상 때보다도 후퇴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국경선 개념도(Conceptual Map)>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난민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이 이 국경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서안지구 면적의 30%를 이스라엘에 병합시키고, 교환 조건으로 이집트 인근의 국경지대를 팔레스타인에 넘겼습니다. 전자는 요르단강과 사해 등 수자원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한 지역입니다. 반면 후자는 전자의 절반 면적밖에 되지 않는 네게브 사막 지대이고, 수자원이 없어 이스라엘이 76년 간 내버려 둔 황폐한 장소입니다. 이 평화협정의 공식 명칭은 "번영을 향한 평화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Peace to Prosperity: A Vision to Improve the Lives of the Palestinian and Israeli People)“입니다. 이 협정으로 정말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개선되고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능을 굉장히 심각하게 의심해야겠지요.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복귀하면 전쟁은 오히려 빨리 끝날 수 있습니다. 전쟁은 미국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는 가자지구 북부를 이스라엘에 병합하는 조건으로 이집트 국경의 황무지를 추가적으로 ‘양보’하는 ‘평화’ 협상안을 내놓아 이스라엘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팔레스타인은 이를 수용치 않을 테고 서구 국가들은 또다시 무슬림들이 평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질타할 것입니다. 그렇게 여론을 호도하는 와중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를 실효 점령하고, 십수 년 뒤에 공식적으로 국내 법적 절차를 마칠 것입니다. 서안지구의 동예루살렘과 시리아의 골란 고원 역시 이런 방법으로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되었습니다.
가자지구 북부 점령과 병합은 이미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작전으로 승인되었고,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점령이 완료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전 세계 아랍인과 무슬림들이 더더욱 공분하고, 제2, 제3의 9/11 테러가 반드시 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번에도 3천 명의 서구인들이 목숨을 잃으면 서구 국가들은 어떻게 민간인을 죽일 수 있냐며, 그것도 3천 명 ‘씩이나’ 죽이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냐며 성토할 것이고, 이슬람의 폭력성을 들먹이며 중동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여 테러를 유도할 것입니다. 이러한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팔레스타인이 온전히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합니다.
책을 7월에 낸다고 해놓고 아무런 소식도 없이 잠수를 타서 죄송합니다. 브런치에 쓴 글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식이라서 단순히 소식만 적은 글을 적기가 꺼려지더군요. ㅠㅠ 요새는 브런치를 떠나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적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브런치에 글을 틈틈이 올리겠습니다. 조만간 월드비전 강연했던 후기도 적고... 책에서 중요한 거 몇 가지는 이번처럼 브런치에서 선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는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최대한 글 마무리 서둘러서 얼른 좋은 소식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아. 맞다. 좋은 소식 하니까...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이 지난달에 1천 부를 돌파했습니다. 11개월 만인데.. 무명의 한국인이 쓴 805쪽짜리 두꺼운 책이 이토록 많이 팔린 건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굉장한 기록입니다. 책 읽고 주위에 추천해 주신 많은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