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보셨겠지만, 드디어 오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협상에 합의했고, 이스라엘 내각의 최종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승인이 나면, 19일 일요일부터 발효가 됩니다. 우리 언론은 외신 번역하면서 '인질 교환' 부분만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건 인질 교환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철수 여부입니다.
지난 15개월 동안 수차례 휴전 협상이 있었는데, 2023년 11월 말의 일주일간 일시 휴전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를 가르는 넷자림회랑에 군을 주둔시켜 북부를 통제하겠다고 했는데, AP뉴스가 협정문을 직접 확인한 바로는 넷자림회랑에서도 22일 이내로 철수하겠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단 넷자림 회랑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에서 철수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휴전협상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단계(6주)에서는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외곽지대로 군을 이동시키고, 두 번째 단계(6주) 동안 완전히 철수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수년)에는 가자지구 재건에 들어가고, 봉쇄를 완화합니다.
그런데 AP뉴스도 그렇고... 다들 이스라엘이 약속을 지킬지 걱정합니다. 이스라엘은 과거 오슬로협정(1993-2000) 때도 팔레스타인 국가 탄생을 약속하고, 또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넘겨주기로 명시적으로 협약서를 쓰고 서명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지금도 서안지구의 60%를 직접 통치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슬로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협상도 단계적 협상입니다. 1단계가 잘 성사되고 만족스러우면 16일 이내로 2단계의 '협의'를 시작합니다. 즉, 엄밀히 말해서 이스라엘이 2단계를 지키기로 약속한 상황이 아닙니다. 앞서 인용한 AP 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적 및 정치적 역량이 제거되고, 재무장이 불가능해지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더 이상 통치하지 못하게 되기 전까지는 완전한 철수를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기 전까지는 마지막 인질을 석방하지 않겠다고 주장합니다."
자...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 철수하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휴전 협정에 서명은 했으나, 그 휴전을 지키기로 약속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마스는 늘 그랬듯이 이스라엘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가 사라지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거나, 아니면 국제기구, 혹은 이스라엘 통제 하의 팔레스타인 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때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썼듯이(트럼프 당선과 가자지구 전쟁의 향방), 저는 이스라엘이 철수하지 않고 북부를 장악한 상태로 긴장 상태를 이어가는 '뉴노멀'을 기획한다고 봅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의 60%를 통치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물론, 가자지구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할 테고, 국제사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 장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가자지구 전쟁의 진실>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휴전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서 책 마무리를 못 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휴전이 시작되기는 할 테니 여기까지만 내용을 정리하고 한 달 이내로 출간하겠습니다. 조만간 책 기획이랑 내용에 대해서도 글 올리겠습니다.
추신 : 이러니저러니 해도 휴전이 된다니 마음이 조금이라도 놓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