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고글 2025.12.14.]
안녕하세요, 정말로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근황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중요한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2025년 12월 14일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첫 '반식민주의의 날'입니다. 공식 명칭은 "모든 형태와 양상의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Colonialism in All Its Forms and Manifestations)"입니다.
여러분, 식민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도 놀랍고, 유엔이 그걸 없애기 위해 공식 기념일까지 만들었다는 점도 놀랍죠?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유엔총회가 이 기념일을 지정한 게 지난 12월 5일입니다. 그런데 기념일(14일)을 맞이한 오늘 이 순간까지도 이를 보도한 국내 언론이 없습니다. 제가 오늘자로 기고문을 올린 프레시안이 유일합니다.
이 기고문은 어제 급하게 작성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기념일이 지정됐을 때 언론에서 보도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해 보니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기고문을 쓰고, 프레시안의 이대희 기자님께 부탁드려서 겨우 시간에 맞춰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왜 우리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몰랐지 않나 싶습니다. 12월 5일에 유엔총회에서 기념일 지정 표결을 할 때 116개국은 찬성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 역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나라답게 '기권'했습니다. 그래서 외교부가 이걸 쉬쉬했나 봅니다.
우리나라 이외에도 기권하거나 표결에 불참한 나라들이 꽤 많습니다. 무려 54개국에 이르며, 대부분이 서구권입니다. 그리고 반대한 나라가 2개입니다.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1세기에도 식민주의의 대명사로 남아 있는 지역 중 하나가 바로 팔레스타인입니다. 이번에 '반식민주의의 날'을 지정하게 된 핵심 배경에 가자지구 전쟁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했고, 그 영향력 하에 있는 서구 국가들과 대한민국 같은 나라들이 표결에서 기권한 것이죠. 물론, 서구 국가들은 자국이 식민 지배한 경험이 있어서 반대한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입니다. 일본의 식민주의를 비판해 온 우리나라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맞을까요? 프레시안 기사가 네이버와 다음 메인에 떠서 사람들이 댓글이 남기고 있는데, 전부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이슬람이 문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뭐하러 돕냐 등. 내가 주인인 국가가 아니라 '우리' 국가니까 앞으로 장차 죽을 때까지 고민을 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 그리고 이틀 전에 프레시안에 올린 다른 기고문도 있습니다. 외교부&국제정치학회 정책세미나를 다녀와서 황당하고 안타까워서 쓰게 된 글인데, 이건 좀 글이 긴 편입니다.
그럼 이제 근황으로 넘어갈게요.
그동안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글을 쓸 계기나 타이밍을 못 잡아서 쉬었습니다.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가자지구 전쟁'은 올 3월에 휴전이 결렬된 이후로 완전히 중단한 상태입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또 기아로 200명이 사망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가 나오고 있는지라 도저히 중간에 끊고 책을 낼 수가 없더군요.
무엇보다, 책을 쓰는 것보다 좀 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나중에 틈틈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책을 기다리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브런치에 공지 하나 전하려고 글 쓰면 민폐더라고요. 브런치 여기저기에 뜨고 구글 검색에도 영구적으로 남고... 그래서 요즘엔 SNS 쓰는 방안을 고민하며, 인스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책은 아마도 휴전이 어떤 식으로 결착이 나는지까지는 보고 마무리해야 할 듯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참 모르겠네요. 막막한 마음으로 뉴스만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사실, 출간 전에 브런치로 돌아올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반식민주의의 날'이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못할 뻔한 게 너무 충격적이라서 급하게 브런치를 찾았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오늘 정말로 어떤 언론도 보도하지 않은 채로 지나가버렸다면, 우리는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갑자기 '제3차 반식민주의의 날'이라는 황당한 기사를 보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를 언론에 알리지 않은 정부나, 유엔의 중요 소식도 받아 적지 못하는 우리 언론... 둘 다 갈 길이 멀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일단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글을 마치고, 조만간 그간 있었던 소식을 하나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제법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