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기고글 2026.1.30.
어제 오마이뉴스에 환단고기 3편이 게재되었습니다. 바빠서 브런치에는 늦게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우리 학계와 언론에 직언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바로 중동 전문가라는 표현이 우리 사회에 환단고기를 유행시킨 주범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중동에는 20여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한 사람이 이 많은 국가를 두루 아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지역의 중심 국가로 손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란, 튀르키예, 이집트는 공통분모를 찾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들 나라를 모두 연구하고, 거기에 더해 팔레스타인이나 다른 나라까지 연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는 단순히 국가의 수에 있지 않다. 하나의 국가나 특정 지리적 영역에는 정치·역사·사회·문화·종교·언어 등 서로 다른 연구 분야가 존재하며, 각 분야는 다시 다층적인 하위 영역으로 세분된다. 기실 중동 전문가로 활동하는 학자들은 저마다 관심 국가나 주제를 따로 두고 있다.
그런데도 중동 전문가라는 명칭이 이러한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고, 중동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일에도 말할 수 있는 자격과 권위를 부여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우선, 중동 전문가라는 표현의 남용부터 멈춰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을 연구한 학자들을 아메리카대륙 전문가, 아시아 전문가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중동 전문가는, 국제정치학자와 마찬가지로 중동 국가 간의 관계성이나 지역적 특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은 전문 분야 외의 주제에 대한 발언의 신뢰도를 조절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전문가의 연구가 비전문가의 서사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번 가자지구 전쟁 관련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뉴스 인터뷰, 언론 기고, 강의, 유튜브 등에서 분쟁을 설명하고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중 이-팔 분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제가 아는 선에서는 저와 홍미정 교수님 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수십에서 백여 명이 넘는 비전문가들이 공론장을 주도하며, 그릇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퍼트려 왔습니다.
이건 친이냐 친팔이냐와 같은 정치적 진영의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학자들의 연구와 학문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서구 사회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올바르고 정확한 사실을 배워야 한다는 개념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조선 시대에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를 철폐하고 일제 강점기를 거쳐 서구화되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조선시대 학문의 특징은 오롯이 '깊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학문은 '넓이'에 있죠. 얕은 지식을 다양하게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으로 존중받습니다. 하지만, 깊이가 없는 지식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마땅히 경계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환단고기가 자라나기 좋은 토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