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짐싸기 - 노보리베츠에서 삿포로로

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5

함께 글을 쓰자고 했을 때, 남편은 이미 글을 여러 편 써 둔 상태였다. 그래서 그의 글과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를 주로 쓰면서, 남편 글 제목을 살짝 비틀어 제목을 붙이고 있다. 이번 글의 소제목은 '여행용 건강 관리'인데, 나는 'What’s in my bag' 같은 느낌으로 ‘여행용 짐싸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캠핑 준비를 할 때, 주변에 식당이나 마트가 있는 곳으로 갈 때와 없는 곳으로 갈 때의 준비 스트레스는 정말 천지 차이다. 식료품점이 없는 곳으로 갈 때는 빠진 게 없는지 반복해서 검토하느라 출발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챙겨도 항상 빠뜨리는 건 꼭 생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몇 분 거리에 편의점이 있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짐 싸는 부담이 훨씬 적어진다. 한국처럼 마음 편한 여행지가 일본인 이유 중 하나다.


예전에 출장 다닐 때는 수하물 찾는 시간을 아끼려 기내용 캐리어 하나에 모든 짐을 넣고 신속한 이동에 집중했었다. 이제는 (갈아타는 게 아니라면... 엉엉) 여행이니 짐을 부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의 짐 챙기기 루틴:

1. 미니 백: 중요한 물품 수납 용도.

어깨에 메어 가슴 앞에서 수시로 필요한 것을 바로 꺼낼 수 있는 미니 백 (룰루레몬 벨트백 2L 사용)에 여권, 신용카드, 현금, 기차표, 손 세정제, 손거울, 핸드크림, 티슈 같은 것들을 넣는다.


2. 백팩: 숙소에 짐을 두고 외출 시 사용할 용도.

접을 수 있는 휴대용 미니 장바구니 외에 날씨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가벼운 겉옷이나 스카프, 우산, 텀블러, 수첩 정도만 챙긴다. 혹시라도 밖에서 짐이 생기면 백팩에 담아 돌아온다.


3.적당한 크기의 캐리어 1개: (짐을 채우고도 혼자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크기와 무게)

몇 년 전 마련한 정리용 파우치를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세면 도구, 양말, 속옷, 티셔츠, 바지 등을 나누어 담고 작은 이름표를 써붙여 물건 찾기 편하게 했다. 상의와 하의는 어떤 식으로 조합해도 서로 매치될 수 있게 2~3개씩 챙기면 매일 옷을 다르게 입는 느낌이 든다.


신발은 평소에도 애용하는 블런드스톤 첼시부츠와 버켄스탁 보스턴 두 켤레를 챙겨 날씨에 맞게 신는다. 이 두 제품은 어떤 옷에도 매치가 쉽고, 몇 년을 신어도 발이 편해 선호한다. 그 외 꼭 챙기는 것은 실내용 슬리퍼 정도다 (일회용 슬리퍼는 불편하고 숙소에 비치된 슬리퍼는 찝찝하다).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설사 뭔가를 빠뜨렸더라도 편의점이라는 강력한 백업플랜이 있으니 짐을 싸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가방을 닫고 다시 노보리베츠로.

감사하게도 일본 일정 내내 날씨가 좋았고, 노보리베츠의 아침도 화창했다. 오랜만에 침대 없이 다다미 방에서 잤는데, 불편함 없이 잘 잤다.


새벽 온천욕을 하러 갔다. 어제 궁금했던 노천 온천에서 보이는 풍경은 방 뷰와 똑같았다. (절벽에 심어진 나무들.) 조용한 새벽 온천욕은 상쾌하고 달콤하다. 평소보다 여유 있게 따뜻한 물을 즐기다가 아침을 먹으러 간다.


조식은 석식보다 가짓수는 적었지만, 이벤트성 메뉴는 여전히 있었다. 이번엔 화로에 죽을 끓여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두었는데, 조금 귀찮아져서 스킵했다. 그냥 밥에 미소 된장국, 명란, 계란, 구운 생선 등을 곁들여 먹었다. 물론 고소한 우유를 잔뜩 넣은 커피도 잊지 않았고.

여행하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되었지만, 활동량이 많아진 데다 아침저녁으로 온천을 꾸준히 해서인지 별 부담은 없었다.

IMG_0678.jpg 아침을 신나게 먹고 왔지만 짐을 싸다 전날 못 먹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오뎅을 보고 다시 즐겁게 먹고 있는 남편분




아침 정해진 시간에 송영 버스를 타야 해서, 정산은 어젯밤에 미리 끝냈다. 예약 금액에 공항부터의 송영 버스 비용 (인당 500엔)과 온천 사용료 (인당 300엔)가 더해진 금액을 지불했다.


송영 버스에 올라 창밖을 보니, 버스가 출발하는 도로 옆에 직원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깃발을 흔들며 배웅해 준다. 도깨비 상에 이어 또 한 번 웃음이 나는 귀여운 서비스였다.


버스는 노보리베츠를 뒤로하고 삿포로로 향한다. 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캐나다와 비슷했다. 온통 숲, 나무들. (홋카이도는 우리가 사는 지역과 왠지 모르게 느낌이 비슷하다. 밴쿠버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티셔츠에 곰이 자주 등장하는데, 나중에 홋카이도 기념품 티셔츠를 보고 기시감이 들었다.)


중간에 휴게소도 한 번 들렀고 (참새 방앗간처럼 자판기에서 보리차를 사 마셨고), 곧 나무들 대신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창밖의 글자들을 더듬더듬 읽어보기도 한다. 나는 아무래도 도시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들을 멍하니 보다가 바뀐 풍경에 순간 약간의 설렘이 느껴진다.


버스는 이윽고 삿포로 역에 도착해 우리를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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