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7
다음 날 아침, 삿포로 날씨는 맑고 더웠다. 반팔 티셔츠를 준비하기를 잘했다. 메구미 상에 따르면 9월 말이면 쌀쌀해져야 하는데 이상 기후라고.
아침은 어제저녁에 마트에서 사 온 라면, 삼각김밥, 그리고 커피와 우유 등 음료. 작은 부엌에서 친구들과 소꿉장난하듯이 밥을 먹는 게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ㅎㅎ.
미리 예약해 둔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가는 날이다. 잠시 걸어가자, 못 걸어간다, 택시 타자 등 뜨거운 토론을 하고, 결국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버스를 타려면 몇 블록을 걸어 나와야 했다. 친구가 길을 건너려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을 못 본 채 차도에 발을 내딛어 우리 모두를 식겁하게 만들었다.일본에서 마음이 철렁한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대부분 차량 좌측 통행이 이유였다. 한국이나 캐나다에서 길을 건널 때 왼쪽을 보고 건너는 습관이 들었는데, 여기선 그러다간 오른쪽에서 오는 차량과 부딪히게 될 테니까. (다행히 별 일은 없었습니다.)
시내에 들어서니 돈 쓸 곳들이 생긴다. 그럼 이제 현금을 좀 마련해야지요.
일본 여행을 위해 세 가지의 지불 수단을 준비했다. 일단 Wise라는 상품. 내가 쓰는 캐나다 달러를 계좌에 입금해 둔 후, 미리 원하는 통화와 환율을 지정해 두고 그 환율에 다다르면 자동 환전이 되도록 예약을 걸어둔다. 사실 우리가 쓰는 총금액이 환율 때문에 엄청난 이익과 손해가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끼면 기분이 좋으니까? (결국 제가 설정해 둔 환율 이후 변동이 심해 별 환차익은 없었습니다만... 껄껄) 환전 후 Wise 계좌는 엔화 통장이 되는 셈이고, 애플페이나 실물카드로 직불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다음은 Koho라는 선불 신용카드 상품. 평소에는 일반 플랜을 쓰지만 여행 기간 동안 외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플랜으로 바꿔두었다.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데, 해외 카드 수수료가 2.5% 정도 되니까 이건 꽤 절약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반 신용카드와 직불 카드는 앞서 말한 두 카드가 혹시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가져갔다. 모두 ATM에서 현금 출금이 가능하고 플랜에 따라 출금 수수료가 면제되기도 한다. (수수료는 캐나다 쪽, 일본 쪽 양쪽에서 발생되므로 어느 정도의 수수료는 항상 나갔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던 동료가 말하길 체감했던 가장 큰 변화는 거의 모든 곳에서 카드를 받게 된 것이라고 했었다. 나 역시 작년 도쿄와 교토에서 현금을 쓸 일이 전혀 없었다. (내내 현금을 단 한 번도 쓰지 않다가 도쿄 야네센 시장 골목에서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소개했다던 만쥬를 살 때가 유일하게 현금이 필요한 때였다.) 홋카이도에서도 대부분 카드 지불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아직 현금이나 일본 국내 전용 앱인 PayPay 같은 결제수단만 통용되는 곳들이 꽤 있었다.
우리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일본에서는 총리 선거가 있었고, 매일 환율이 요동을 쳤다. 마침 이 날은 환율이 확 올라갔던 날이었다. 물론 큰 금액을 뽑은 건 아니라 만 원 안쪽으로 차이가 났습니다만, 나중에 알고 하루만 있다 뽑을 걸 싶더라고요. 다음 날엔 또 확 내렸거든요. 커피 몇 잔 정도 차이는 나왔을 것인데... 껄껄
이 날로부터 며칠 후 (10월 4일)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 당선되었다. 한국보다 캐나다에서 좀 더 가깝고 친구들도 한국에서 오기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일본에 모여 놀고 있다가도, 정치적 이슈 앞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남편 글마따나, 마음 한구석에는 멀 수밖에 없는 나라인가 싶었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박서준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일본인 동료와 수다를 떨다 "아 참 다른 작품도 있어 '경성크리처'라고..."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져 얼버무리게 되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암튼 이 날, 삿포로 맥주 공장에서 마신 맥주는 정말 맛있었습니다만, 맥주 공장 투어비용 (성인 인당 1000엔, 오디오 투어 옵션 택하면 500엔 추가)이 저렴한 편은 아니니 그리 싼 맥주는 아닙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