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3
체크인 시간이 다 되어 호텔로 향했다. 여행 계획이 잡히면 보통 구글 지도를 열고 1. 원하는 지역, 2. 무료 취소 가능, 3. 많은 리뷰와 평점 4점대라는 세 가지 필터를 적용한다. 그 결과를 가격 낮은 순으로 정렬해 예약하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이번 호텔도 꽤 무난했고 (굳이 한 가지를 지적하자면 체크아웃이 좀 이른 아침 10시라는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동생 부부도 이전에 묵었을 때 주차가 편했다고 다시 이곳을 선택했다.
동생 부부는 다른 일정을 마치고 저녁때쯤 도착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방에 짐을 풀고 지하 코인 세탁실에서 빨래를 했다. 호텔 지하 1층은 온천과 세탁실은 물론, 커피 머신과 넓은 소파까지 잘 갖춰져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백화점 지하에서 시간을 때우지 말고 진작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동생 부부와는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 아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다. 백화점에 있을 때 식당가를 둘러보니 스시집 한 곳이 괜찮아보였지만, 웨이팅이 길었다. 그런 곳들 보다는 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조용한 식당에 가고 싶었다. 구글 지도를 뒤져 근처 식당 한 곳을 찜해두었다. 호텔에서 두 블록 남짓 떨어진 식당 '코후지'였다.
들어가서 물으니 예약 여부를 확인하더니 자리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 싶어 돌아서 나오다가, 내일도 이렇게 헤맬 것 같아 미리 예약을 해두기로 했다. 다시 내려가 "아시타... 요야쿠 데키마스카?(내일 예약 되나요?)" 하고 물으니, 처음에 우리를 맞았던 아주머니가 난처한 듯 옆의 젊은 직원과 몇 마디를 나눈다. 그러더니 젊은 직원이 "스몰... 오케이?" 하고 묻는 게 아닌가. 좁은 자리라도 괜찮냐는 뜻 같아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며 안내해주신 다다미방에 앉았다. 그런데 '스몰'이라던 말이 무색하게 아주 넉넉한 자리를 내어주셨다? 뭐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일단 생맥주를 한 잔씩 주문하고, 책 한 권 두께의 메뉴판을 뒤적이며 이것저것 골라 주문했다. 직원분들도 무척 친절했고 음식과 맥주 맛도 훌륭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제부, 반가웠다. 열심히 생활하면서도 늘 현재의 즐거움에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이다. 멀리서 각자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회가 생겼을 때 이런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건강과 여유에 감사하다.
그간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옆 테이블의 한국인 가족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어는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오기 마련이다. 부모님과 자녀 내외, 아직 아기인 손녀까지 3대가 여행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테이블 사이의 거리가 있어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연세 지긋한 아버지로 보이는 분의 언행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직원을 부를 때 손을 까딱거리며 큰 소리로 "어이!" 하질 않나, 전반적으로 안하무인이었다. 도대체 저런 무례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더군다나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예의 없는 사람은 정말이지 질색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 나도 모르게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 때가 많다. 이건 남편과 자주 나누는 주제이기도 해서,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서로 꼰대질 하지 않도록 살피고 주의를 주자고 약속하고 나가지만, 부창부수라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지 못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스스로 계속 경계하며 남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려 애쓰며 노력하는 수밖에.
또한 내가 상대의 친절함을 바란다면, 당연히 내가 먼저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지 않을까.
1차를 마치고, 근처 오뎅집으로 향했다.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는데,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간단한 2차를 즐기기엔 충분했다.
호텔이 바로 앞이니 정말 편했다. 길만 건너면 숙소라는 점이 시내 숙박의 큰 장점이었다. 동생과 대욕장에서 만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며 남은 수다를 떨고 방으로 돌아와 푹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