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의 감수성 - 삿포로

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4

휴가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알람 없이 마음껏 늦잠을 자는 것이겠지만, 동생과 같은 숙소에 있다는 설렘 때문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남편은 아직 자고 있어 살금살금 방을 나섰다. 지하 1층으로 가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와 어제 편의점에서 사 둔 우유를 부어 밀크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오늘은 또 어떻게 재미있게 놀아볼까 궁리해 본다.


동생의 카톡을 받고 대욕장에서 만나 아침 목욕 후 방으로 돌아와 외출 준비를 마칠 때쯤 남편이 일어났다. 오늘은 남편은 자유시간을 가지고 나는 동생 부부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동생이 미리 찾아둔 예쁜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밖으로 나섰다. 쾌청한 일요일 아침이다.


삿포로 시내의 동서를 나누는 기준점인 소세이 강(創成川)을 따라 걷는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놓인 휴식 장소들과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길이었다.




오늘도 반가운 TV타워



삿포로의 한 교회 앞






동생이 찾은 곳은 고양이를 주제로 한 소품들로 꾸며진 'Dorothy'란 이름의 아기자기한 카페였다.




아침 한정 메뉴인 음료와 토스트 세트를 주문했다.


오구라(小倉)버터(850엔), 몽블랑(900엔), 치즈 앤 허니(800엔) 토스트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니조 시장을 지나 호텔로 돌아간다. 아침부터 카이센동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다.


아침에 먹긴 좀 거하다 싶은 - 메뉴도 가격도 ㅎ




호텔 앞에서 편의점 봉투를 들고 오는 남편 (윗 사진에 조그맣게 보이는) 과 마주쳤다. 신나게 (또) 삼각김밥을 사서 들어오는 길.


그래,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제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부처의 언덕(頭大仏殿)'으로 향했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보니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때, 혹은 차선을 바꿀 때마다 나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결국 '차라리 앞을 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마음을 비웠다.


마코마나이 타키노 묘지에 들어서니 주차비 500엔을 받는다. 차를 세워두고 두대불전을 보러 향했다.

궁금하면 500엔


두대불전에 입장하려면 인당 500엔의 입장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주변 관광객들이 만드는 소음이 꽤 커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왕 왔으니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안으로 들어서자, 안도 타다오 특유의 물과 조화된 통로를 지나 마주한 거대한 불상의 자태는 마음에 굉장한 울림을 주었다.







불상 앞에는 의자들이 놓여 있어 앉아서 명상을 할 수도 있고, 거대한 부처상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조금만 더 고요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여행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던 장소였다.


사무실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모셔둠



이 글을 쓰며 그동안 여행기를 읽을 때 간혹 불편하게 느껴졌던 말들이 떠올랐다. "사람이 너무 많다", "(특정 국가) 사람들만 가득하다" 같은, 묘사라기보다 불평에 가까운 말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니까. 인간으로 이 세상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연이든 타인이든 무언가에 영향을 주거나 폐를 끼치는 일이다.

나의 존재 자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공간을 존중하고 다른 존재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이 장소에 온 마음은, 소란스러운 떠듦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사려 깊게 나누는 작은 대화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음 코스는 삿포로 아트 파크. 부처의 언덕에서 차로 7분 거리라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동생 취향에 딱 맞는 곳이기도 해서.


어딜 어떻게 탐험을 할까...



하지만 가장 좋아한 것은 아트 파크 내의 로컬푸드 뷔페 ㅋㅋㅋ


소박한 분위기



채소 중심의 소박하고 건강한 메뉴들. 동생이 매우 좋아했다. 근처에 가신다면 추천 (인당 성인 기준 2300엔).


그런데 몸에 좋은 로컬푸드라 해도 이렇게 많이 먹는다면 ㅋㅋㅋ



식사 후에는 예쁘게 가꿔진 정원과 조각품들 주변을 산책하고, 사람들이 물레로 실을 잣거나 공예에 열중하는 작업 공간도 둘러보았다. (사진 촬영은 금지)


그렇게 자연과 예술작품들을 즐기다가, 다시 삿포로 시내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