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쓰는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7
오늘도 일찌감치 눈이 번쩍. 네, 멋진 숙소 뽕을 뽑아야 하기 때문 맞습니다.
일단 남편이 깰세라 살금살금 커튼을 열고, 아무리 봐도 지루해지지 않는 물멍을 즐기며 차를 우려 마신다. 방에 비치된 티팟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차를 마실 때마다 티팟 뚜껑이 떨어질까봐 손으로 잡고 따르곤 했는데, 이런 디자인이라면 한 손으로도 고정하기 참 좋겠다 싶다.
날씨를 확인해 보았더니 기온이 좀 내려간 듯 하다. 오, 이러면 온천 하기 더 좋겠는데? 얼른 새벽 온천을 하러 간다. 차가운 공기를 느끼면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이곳은 온천물 자체가 좋은지 피부에 닿는 촉감부터 다르다. 눈앞에 펼쳐진 잔잔한 호수 풍경은 덤.
사진으로는 남길 수 없었지만, 마음 속에 꼭꼭 눌러 담은,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다.
방에 돌아오니 남편도 깨어나 있어 함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뷔페는 좀 과하다 싶다가도,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으니 그리 아쉬워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일단 체크아웃 시간까지는 숙소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온천에 한 번 더 다녀왔다. 온천을 마친 후 짐을 싸두고는 다시 물멍에 전념한다.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워 물멍을 즐기다 짐을 맡겨두고 숙소를 나섰다. 우선 숙소와 호수 사이에 조성된 긴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왼쪽으로는 잔디밭 위로 조각들, 벤치들이 있고 족욕탕도 있다. 오른쪽으로는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 중앙의 섬까지 가는 유람선도 보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꼭대기에 노천탕이 있다. 가운데 보이는 벽을 경계로 남탕과 여탕이 나뉘어 있는데, 매일 두 탕의 위치가 바뀐다.
한참 걷다가 산책로를 벗어나 동네 탐험에 나섰다. 호수 주변의 리조트들을 제외하면 건물들은 대체로 낙후된 느낌이었다.
여기도 온천과 호수가 먹여 살리는, 그 외엔 아무것도 없는 동네일까? 같은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며 걸었다. 그닥 볼 거리가 많이 없어 예정보다 조금 일찍 하코다테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은 숙소 바로 반대편에 있었다. 친절한 동네 주민분께 몇 번이나 여쭤보아 버스 스케줄을 확인하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와 버스에 올랐다. 시골 마을 버스라 우리처럼 큰 캐리어나 배낭을 든 사람이 많진 않겠지 싶었는데 웬걸, 타는 이들 대부분이 여행객이라 다들 커다란 짐을 하나씩 들고 있다.
산을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30분쯤 달려 버스는 도야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