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개보다 더 짙고 선명한 치열함에 대하여
노란색 바탕 위에 검은색과 붉은색 선들이 정교하게 교차한다. 마치 공들여 짠 융단이나 화려하게 염색된 직물을 보는 듯하다. 이름마저 아름다운 꽃무늬나방(혹나방과)의 겉모습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형을 지녔지만, 이 작은 곤충의 진정한 경이로움은 날개 무늬에 있지 않다. 겉모습보다 더 짙고 선명한 것은, 알에서 성충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이어가는 이들의 치열하고도 숭고한 생존 방식이다.
대부분의 나방이 알을 낳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과 달리, 꽃무늬나방 어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참나무 잎에 여러 개의 알을 낳은 어미는 배 끝에 붙은 인편을 정성스레 문질러서 알 무더기를 빈틈없이 덮는다.
그 결과물은 놀랍게도 참나무 잎에 병이 들어 썩은 부위처럼 완벽하게 위장된다. 천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기꺼이 제 몸의 일부를 내어 아이들의 첫 보호막을 쳐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어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대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지낸다. 녀석들은 어미가 덮어주고 떠난 인편을 기초 삼아 입에서 실을 뿜어내어 튼튼하고 아늑한 공동의 집을 짓는다.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참나무의 가지 부근으로 이동하여 함께 실로 만든 둥지를 짓고 안에서 똘똘 뭉쳐 혹독한 겨울을 버텨낸다.
이듬해 봄이 되어도 단독 생활을 할 만큼 강해지기 전까지는 이 보금자리를 거점 삼아 탈피도 하고 매일 단체로 출퇴근하듯 잎도 먹으며 끈끈한 연대로 시련을 이겨낸다.
이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은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된 이후에도, 그리고 마침내 날개를 펼친 성충이 되어서도 소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무방비 상태인 번데기 시기, 위협을 느끼면 배 끝부분을 격렬하게 흔들어 고치와 마찰음을 낸다. 침묵 속에 숨는 대신 포식자를 향해 적극적인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험난한 시간을 견디고 우화 한 후에도 소리를 향한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수컷 성충의 복부 기부에는 곤충계에서도 가장 복잡한 수준으로 발달한 진동막(tymbal) 형태의 발음 기관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정교한 기관은 짝을 찾기 위한 목적 혹은 천적을 교란하는 강력한 무기로 추측된다. 번데기 시절의 마찰음이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면, 성충의 소리는 번식과 방어를 아우르는 치열한 소통의 언어인 셈이다.
자신의 몸을 덜어 낸 어미의 헌신, 그 위에서 집을 짓고 체온을 나누는 애벌레들의 지혜, 그리고 소리를 무기 삼아 스스로를 지켜내는 번데기와 성충의 치열함까지.
참나무 잎 한구석에서 시작되어 화려한 날갯짓으로 완성되는 꽃무늬나방의 일생은, 생명이라는 직물이 얼마나 정교하고 끈끈한 연대로 짜여 있는지 묵묵히 증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