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조우

여섯뿔가시거미와 사마귀게거미의 기록

by Eco archivist

오랜 기간 필드에 다니면서 수많은 생명을 뷰파인더에 담지만, 어떤 날은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카메라를 들었나" 싶은 전율이 일 때가 있다.

암컷 한 마리를 발견하는 것조차 큰 행운인 두 희귀종, 사마귀게거미와 여섯뿔가시거미를 만났던 날이 그랬다. 그것도 암수가 함께 있는 기적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사마귀게거미는 내 관찰 기록에는 꽤 여러 번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잎 위에 앉아 '새똥'을 흉내 내는 그 절묘한 위장술을 볼 때마다 늘 감탄하곤 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어디까지나 암컷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수차례 암컷을 만나는 동안, 내 뷰파인더에게 수컷을 허락한 것은 지금까지 단 두 번 뿐이었다. 암컷의 거대한 덩치 옆에 먼지처럼 붙어 있는 수컷은, 눈을 부릅뜨고 살피지 않으면 결코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그 두 번의 귀한 만남이 있었기에, 비로소 나는 사마귀게거미라는 종의 온전한 아카이브를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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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섯뿔가시거미는 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동경의 대상이었다. 야간에 거미줄 끝에 끈적한 방울을 달고, 가짜 페로몬을 묻혀 나방 같은 날벌레를 유인해 낚아채는 그 기이한 사냥법 때문이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트랩을 휘두르는 밤의 사냥꾼. 이 독특한 생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늘 만나보길 고대했지만, 국내 서식지가 한정적인 탓에 암컷 얼굴 한 번 보기도 내게는 전설 속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2019년 8월 서산의 마을에서 내 생애 처음으로 녀석을 마주한 그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녀석은 암컷뿐만 아니라 수컷까지 한꺼번에 내 앞에 내놓았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섯 개의 가시를 가진 암컷의 위용에 압도되어 셔터를 누르던 순간, 암컷의 턱밑에 매달린 '먼지' 같은 작은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2~3mm에 불과한, 번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다가간 수컷은 단 한 번의 기회에서 내가 얻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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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는 사마귀게거미를 통해선 세밀한 관찰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겼고, 단 한 번의 기회를 준 여섯뿔가시거미를 통해서는 생태 기록에 따르는 천운을 실감했다.

암컷의 거대한 존재감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수컷들을 찾아낸 그날의 기록. 이 사진들은 단순히 희귀종을 담았다는 자랑을 넘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작은 생명들의 치열한 삶을 기록했다는 자부심으로 내 아카이브에 남을 것이다.


"사진 속에서 목숨을 건 구애를 이어가는 작은 수컷들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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