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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Jan 14. 2021

2020년 가요계 스케치

2020년 케이팝은 방탄소년단에 의해 화려하게 빛났다. 이들 일곱 멤버는 1년 내내 진귀한 기록을 작성했다. 1월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축하 공연 무대에 섰다. 각각 2월과 11월에 발표한 [Map of the Soul: 7]과 [Be]>로 올해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앨범 두 장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린 아티스트가 됐다. 8월 영어 싱글 '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등극한 데 이어 11월에 낸 'Life Goes On'으로 또다시 같은 차트 정상을 밟았다. 특히 'Life Goes On'은 비영어 노래의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데뷔라는 새 역사를 써서 더욱 뜻깊었다.

음악 예능은 트로트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TV조선은 올해 초 남자 버전인 <미스터트롯>을 내보냈다. 이 대회에서 톱7에 든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이 5, 6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트로트 광풍이 일었다. 이후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 SBS플러스 <내게 ON 트롯>, MBN <보이스트롯>, MBC <트로트의 민족>, KBS2 <트롯전국체전> 등 여러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줄지어 생겨났다. 누군가는 즐겁겠지만 어떤 이는 피로감을 느낄 트로트 유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름과 가을 가요계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접수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유재석, 비, 이효리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는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으로 결성 단계부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1990년대 분위기가 나는 댄스음악을 지향해 중년 음악 팬들에게는 친숙함을, 젊은 세대한테는 신선함을 안겼다. 이들이 발표한 '여름 안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 줘'는 여름 내내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물렀다. 싹쓰리에 이어 <놀면 뭐하니?>가 배출한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의 환불원정대도 'Don't Touch Me'로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인기 예능과 유명 가수들의 조합이 이룬 손쉬운 성공이었다.

비주류 쪽에서는 이날치가 가장 돋보였다. 판소리와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를 버무린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은 현대무용 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함께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홍보 광고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단숨에 유명해졌다. 이날치가 부른 '범 내려온다'는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고, 많은 패러디 영상을 배출하면서 대중의 귓가에 깊이 파고들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는 가요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행으로 많은 공연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무대에 오를 수 없는 탓에 신인들의 데뷔가 전년에 비해 줄어드는 등 시장 전반이 움츠러들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기획사들은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 콘서트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무대를 화려하고 생생하게 꾸미는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도 속속 이뤄졌다. 온라인 공연이 어느 정도 정착되긴 했으나 많은 음악 팬이 실제 현장에서의 공연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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