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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r 24. 2021

유튜브와 네티즌 댓글이 이끈 브레이브걸스 역주행

또 하나의 역주행 노래가 탄생했다. 걸 그룹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에 발표한 '롤린 (Rollin')'이 그 주인공이다. 3월 중순 현재 '롤린'은 아이유, 샤이니, 방탄소년단 등 팬덤이 탄탄한 가수들을 제치고 여러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상태다. 출시 당시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던 '롤린'은 하루아침에 히트곡으로 영전했다.


은혜로운 역주행은 유튜브와 네티즌들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달 24일 유튜브 채널 '비디터'에는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국방TV의 <위문열차>와 이런저런 음악방송에 출연해 '롤린'을 부르는 모습을 이어 붙여 만든 비디오였다. 여기에 "전쟁 때 이거 틀어 주면 전쟁 이김", "전투력 증진" 등 네티즌들의 익살맞은 댓글을 실어 재미를 갖췄다. 영상은 댓글을 보는 맛에 빠르게 퍼졌고, 덕분에 노래도 음원차트에 새롭게 진입하게 됐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롤린'의 확산에 한몫했다. 이는 이용자의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비슷한 부류의 영상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딱히 눈길을 두지 않았던 분야의 영상임에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거나 갑자기 인기를 얻는다는 이유로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하곤 한다. 이용자들은 본인이 평소 즐겨 찾는 범주가 아닌 영상이 메인 화면에 뜨니 호기심에 한번 보게 된다. '롤린'도 편집 영상이 느닷없이 다수에게 노출되면서 떴다.


댓글 또한 역주행을 이끈 산파 중 하나다. 특히 예비역들의 진술이 큰 힘이 됐다. 영상에는 "18년 군번인데 16년 군번한테 인수인계받고 20년 군번한테 인수인계하고 나옴", "17년 군번인데 아직도 생활관 테이블 위에서 저 춤 추던 선임이 기억남", "군 생활을 이 곡 하나로 버텼다" 같이 군대에서 '롤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증언이 여럿 담겼다. 이 생생한 증명이 영상을 보는 이에게 브레이브걸스와 노래에 호감을 느끼도록 해 줬다.

유튜브에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방송 활동을 편집해 제작한 영상이 흔하다. '롤린'도 이미 수년 전에 편집 영상 몇 편이 게재됐다. 그냥 일반적인 편집 영상은 무대 위 모습에 집중할 뿐이다. 하지만 이번 '롤린'의 경우와 같이 네티즌들의 창의적인 댓글, 유쾌한 반응을 덧입히면 다른 누리꾼들의 관심과 호응을 유도해 내기가 수월해진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올린 비 '깡', 투피엠 '우리집', 제국의 아이들 '후유증' 등의 댓글 영상이 댓글과 만난 콘텐츠가 매력이 있음을 일러 준다.


재미있게 가공된 비디오 덕분에 브레이브걸스는 그야말로 기사회생했다. 2011년 데뷔했을 때 유명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제작했다는 점으로 화제가 됐지만 10년 동안 히트하는 노래가 없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한 유정은 '롤린' 댓글 영상이 올라오기 바로 전날에도 멤버들과 팀 해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해산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영상 하나가 구원의 손길이 됐다. 유튜브, 네티즌들의 기발한 '드립', 댓글 영상의 유행이 합작해 역주행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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